야마토게임 하기 ▥ 야마토2게임 ▥≤ 56.rea731.top ∃"부정선거다, 부정선거!" 사전투표 첫날이었던 지난 29일 오후 10시10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영등포구·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건물 앞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태극기를 등에 두른 한 남성이 소리를 질렀다.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놀란 듯 그를 쳐다봤다. 길거리를 지나던 행인도 혹시 불똥이 튈까 빠른 걸음으로 이 일대를 지나갔다. 태극기를 두른 남성이 카메라로 사람들의 얼굴을 찍자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항의했다. 남성은 항의를 피해 선관위 건물 앞에서 낚시 의자를 펼쳤다. 경찰차의 왼편에는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이, 오른편에는 빨간 모자에 태극기를 두른 사람이 앉았다. 한밤중 선관위 건물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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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영등포구·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건물 앞에서 시민단체 '시민의 눈' 소속 시민과 보수 성향 유튜버가 사전투표함이 있는 선관위 건물을 지켜보고 있다. 공병선 기자



21대 대선 사전투표는 오전 6시부터 은행의자금조달 오후 6시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오후 6시가 지난다고 끝이 아니었다. 오후 9시50분 영등포구·동작구 선관위 건물 앞에는 노란 조끼를 입은 7명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들은 시민단체 '시민의 눈' 소속으로 사전투표함을 지켜보기 위해 나왔다. 돗자리, 낚시 의자까지 가지고 나와 앉아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관위 건물을 들락날락하는 사람이 보이면 즉각 인정이자 감시했다.

7명이 오후 6시부터 다시 투표가 시작되는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2시간 내내 사전투표함을 지키는 건 아니다. 오후 6~10시, 오후 10시~오전 2시, 오전 2~6시로 시간대별로 신청자들이 투표함을 지켜보는 방식이다. 오후 6~10시를 신청한 사람은 이미 영등포구 사전투표함과 동작구 사전투표함이 차에 옮겨 차타드 지고 선관위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오후 10시가 되자 한 여성이 일어났다. "저는 들어가 볼게요. 고생 많으십니다!"
시민의 눈은 진보 성향 시민단체로 2016년 20대 총선 때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2019년, 2020년 주요 선거를 앞두고는 김어준씨의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선거 감시 계획을 홍보하기 개인대출급전 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투표 참관인, 사전투표함 지킴이 등 신청을 받았다.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영등포구·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건물 앞에서 류정환씨(34·남)가 선관위 인근을 감시하고 있다. 공병선 기자



진보 성향의 시민만 사전투표함을 지켜보러 온 건 아니다. 오후 10시가 되자 검은 모자에 검은 옷을 입은 류정환씨(34·남)는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거리 위 충돌방지대에 설치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틀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계속해서 선관위를 비추고 있었다. 카메라를 지켜보고 있는 한 여성이 와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에서 진행하는 오후 10시~오전 6시 감시 신청하셨나요?"

부방대는 황교안 무소속 대선후보가 조직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다. 황 후보를 비롯해 부방대는 한국에서 부정선거가 수차례 계속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씨는 부방대와 자유대학 등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감시단에 신청했다. 오후 10시부터 밤을 꼴딱 새워야 하지만 그는 자신 있다. "3일 전부터 미리 새벽 시간에 깨어 있어서 시차 적응을 했습니다. 3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뽑힌 대선 때도 이렇게 감시해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30일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에 설치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이 촬영을 하고 있다. 신촌동 사전투표소는 전날 관외 사전투표자가 본인 확인을 마치고 투표용지를 수령한 뒤 기표 대기 줄이 투표소 밖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2025.5.30. 강진형 기자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이 한 곳에 몰려있다 보니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빨간 모자에 태극기 망토를 두른 사람은 계속해서 건물을 빙글빙글 돌면서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충돌이 발생해 경찰이 끼어들었다.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대답하면 안 돼요"라며 서로 위로했다. 영등포구·동작구 선관위 앞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다. 이날 오후 부방대 소속 50대 남성과 60대 여성은 서울 구로구 선관위 건물 안에 들어가서 취침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사전투표함을 지키기 위해 구로구 선관위 건물에 침입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이 늦은 밤에 이곳을 찾은 목적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시민의 눈 소속인 김해정씨(50·여)는 오후 10시 직접 사전투표함을 지키고자 영등포구·동작구 선관위 건물 앞에 왔다. 김씨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감시하는 등 오히려 선거가 깨끗하고 공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며 "혹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선관위 건물을 침입할까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시민의 눈 소속으로 온 다른 여성은 이날 오전 직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가서 투표함을 감시하는 CCTV도 보고 왔다고 설명했다.
부방대에서 사전투표함 감시를 신청한 김금숙씨(54·여)는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를 잡아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영등포구·동작구 선관위도 관리 부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영등포구·동작구 선관위는 행복주택과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출입문도 다르고 서로 공간이 분리돼 있지만 혹시 누군가 침입할 수 있지 않냐는 게 김금숙씨의 주장이다. 김금숙씨는 "선관위가 이런 건물에 위치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투표함이 부실하게 관리되는 현장을 직접 보니 놀랍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영등포구·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건물 앞에서 시민단체 '시민의 눈' 소속 일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공병선 기자



오후 11시30께 선관위를 감시하던 사람들도 지쳤는지 영등포구·동작구 선관위 건물 앞은 조용해졌다. 김해정씨 등 시민의 눈 소속 시민들은 미리 싸 온 참외를 꺼내 먹었다. 김금숙씨 등 부방대 소속 시민들은 벤치에 앉아서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무너진다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비교적 젊은 류씨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건물 주변을 살펴봤다. 그의 눈에는 선관위 건물 4층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옆면에만 불이 들어와 있어요. 왜 그럴까요?" 그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건물 4층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후 11시35분께 보라색 상의를 입은 한 남성이 갑자기 시민의 눈 소속 시민들 앞에 나타났다. 안 그래도 태극기 망토를 두른 사람이 소리 지른 것 때문에 한껏 긴장한 상태였다. 그 남성의 표정은 좋아 보였다. "부정선거 감시하려고 구로구부터 다니고 있는데 여기는 지키는 사람이 있네요! 덕분입니다!" 그 남성은 시민의 눈 소속 시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른 선관위 건물을 향해 떠났다. 노란 조끼 입은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영등포구·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건물 앞에서 김금숙씨(54·여·왼쪽)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정선거방지대를 통해 사전투표함 감시를 신청했지만 시민단체 시민의 눈의 노란 조끼를 입고 있다. 공병선 기자



그러고 보니 김금숙씨도 노란 조끼를 입고 있었다. 왜 이 조끼를 입고 있냐고 물으니 "저기에 있던 사람들이 주던데요?"하면서 시민의 눈 사람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김금숙씨는 시민의 눈 덕분에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이 조금이나마 풀렸다고 말했다. "사실 사전투표함을 바꿔치기할까 봐 불안했는데 노란 조끼 입은 분들이 계속해서 감시했고 문제없다고 확인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도 몇 명이나 투표하러 들어왔는지 일일이 셌는데 현장에 있던 선관위 직원이 알려준 투표자 수와도 별 차이가 없었어요."

본의 아니게 진보 성향 시민들이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사람의 의문을 해소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시민의 눈 소속인 박성일씨(50·남)는 잠깐 김금숙씨 쪽을 돌아봤다. "어찌 됐든, 같이 선거 관리가 부실할 수 있는 상황을 막으면 좋죠." 오전 12시가 돼 본지 기자는 마지막으로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김금숙씨가 나눠준 귤을 받고 있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