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화 전문가 의견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고, 절차적 정당성도 결여돼 있음에도, 일부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ICD-11) 국내 도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영상 기술이 막 보급되던 시기, 영화·드라마·만화·애니메이션 등도 '유해 매체'로 낙인찍히며 규제의 대상이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게임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은 중독 질병이다'라는 단정적인 접근은 마치 디지털 마녀사냥에 가깝다.
현재 청소년을 둘러싼 과몰입 문제의 본질은 게임 하나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숏폼 영상, SNS 플랫폼, 알고리즘 기 생활비대출 지급 반 추천 시스템 등 다양한 미디어 환경이 청소년의 주의력과 시간 사용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게임만을 특정해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화적 현실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임 질병코드 반대” 정치권 한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유정 의원은 “게임은 국민의 보편적 제2금융권학생대출 여가로 이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K-컬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에도 어울리지 않다”며 “게임을 통해 직업을 꿈꾸는 이들을 환자로 간주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논의가 과학성뿐 아니라 사회적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주요 연구에 따르면 WHO의 근거 연구들은 표본 대 삼성생명주택담보대출금리 표성이 낮아 일반화에 한계가 엿보인다. 미국정신의학회 역시 게임이용장애를 공식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게임을 질병코드에 등재하면 게임이용자를 잠재적 질환자로 낙인찍게 될 것”이라며 “이는 건전한 이용을 저해하고 게임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조승래 더불어민주 무직자 자동차담보대출 당 의원과 함께 제 22대 국회 게임정책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게임 질병코드 관련 논의 또한 여야를 넘어 보다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차원에서 공청회와 포럼 등을 통해 이견을 조율해 나갈 방침이다.
◇국제 학계도 회의적... 법률적 정당성도 부족
국제디지털게임연구학회(DIGRA) 초대 한국지회장을 우리은행 합병 맡은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게임 이용장애라는 개념 자체가 실증적 기반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중독 질환들과 달리 게임 이용장애는 뇌과학적으로도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ICD-11은 마치 세계적 기준처럼 보이지만, 프랑스, 독일, 미국, 호주 등 선진국 중 실제 이를 진단·치료 도구로 활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게임을 병으로 규정하는 순간, 이용자에 대한 낙인이 강해지고 건강한 게임문화 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 여부를 둘러싼 이분법적인 논쟁을 넘어 게임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 전반의 오락적·문화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시대착오적인 중독 논쟁을 벗어나 저비용 여가, 접근성 높은 취미, 캐주얼한 일상 활동으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학자이자 콘텐츠 규제, 표현의 자유, 게임산업법 등에 관련 연구 활동을 펼쳐온 박종현 국민대 교수는 게임 질병코드 등재에 법률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질병코드를 도입하면 진단 기준부터 공공서비스 설계까지 행정체계가 따라붙는다”며 “그런데 현행 법령에는 게임을 특정 질병 원인으로 규정할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질병코드 도입이 문화 콘텐츠에 대한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고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게임은 문화예술로서 법적 보호를 받는 콘텐츠다.
박 교수는 “미국 연방대법원조차 폭력적 게임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 바 있는데, 한국은 되레 시대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며 “질병코드는 법적 제재의 무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화적 퇴행 부르는 게임 질병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움직임에 대해 “게임을 문화로 보지 않는, 매우 퇴행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케이드 게임 시절부터 게임은 분명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아왔고, 특히 국내 게임사가 강점을 지닌 온라인 게임은 사운드·그래픽·상호작용을 아우르는 종합예술로 진화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게임이 질병코드에 등재될 경우 예술로서의 가치가 평가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몰입을 유도하는 건 예술의 본질로 음악, 영화, 문학에도 중독적 매력이 있다”며 “게임만을 유독 질병으로 본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예술의 자유도 침해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신의학계 일부가 유병률을 과장하며 권력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도 지목했다. 청소년 게임 이용은 자기조절 능력과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생활 속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문화심리학자로서 게임과 IT 문화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게임 과몰입과 중독을 구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게임을 일률적인 중독 대상으로 보는 접근이 매우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중요한 것은 아이가 게임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부모가 '너 병 걸렸으니 병원 가자'고 말하는 순간, 아이의 정체성과 자존감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청소년 시기에 몰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자기조절 능력을 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지나처 치료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발달을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게임을 병이 아닌 관계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이 소장은 “누군가에게 게임은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이고, 또래와 연결되는 사회적 공간이며, 자기 조절을 배우는 장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사회학자이자 게임-사회 관계 연구자로 잘 알려진 조문석 한성대 교수는 셧다운제, 본인 인증제, 시간제한제 등 게임 규제의 역사가 늘 청소년을 통제하려는 장치로 이뤄져 왔다고 분석했다. 현 시점의 질병코드 논의 또한 정치적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조 교수는 “중산층 부모의 불안, 정치권의 책임 회피, 의료계의 시장 확대 욕망 등 이 세 가지가 맞물려 게임 규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게임에 몰입하는 청소년을 환자로 만들면 가족 간 대화는 사라지고, 정책은 규제로만 귀결될 뿐 지금 필요한 건 병리화가 아니라 공감과 이해”라고 강조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