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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저는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성모 대성전에 묻히게 될 것입니다. 바티칸은 제가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집일 뿐, 영원한 안식처는 아니니까요. 지금은 촛대를 보관하는 방으로 쓰이는 곳, 제가 늘 의지하고 교황 재임 중에 백 번도 넘게 은총의 품에 안겼던 평화의 모후 곁에 잠들 것입니다.”
현재 폐렴 등으로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년간 직접 저술한 공식 자서전 ‘희망’(가톨릭출판사)이 다음 달 국내에 번역 출간된다( 지라 3월 3일부터 예약 판매).
25일 출판사가 공개한 원고에 따르면 교황은 자신이 선종(善終)하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에 묻혔던 역대 교황과 달리 바티칸 밖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묻어달라고 했다. 이 성당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외 사목 방문을 전후해 찾아가 성모의 은총을 구한 곳이다. 역대 교황 7명이 묻힌 것으로 르노삼성 노바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자서전을 번역한 서울대교구 이재협 신부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묻히시겠다는 것은 교황님의 지극한 성모 신심과 검소하고 겸손한 성격이 반영된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서전 '희망' 표지.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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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콘클라베 상황
교황은 자서전에서 2013년 3월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된 콘클라베 상황을 날짜·시간대별로 묘사해 눈길을 끈다. 자신은 라틴아메리카 추기경으로서 표를 몰아줄 수 있는 ‘킹 메이커’로 꼽혔지만, 당시 유력 후보는 밀라노대교구장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 보스턴대교구장 션 패트릭 오말 부영아파트전세자금대출 리 추기경, 상파울루대교구장 오질루 셰레르 추기경, 캐나다 출신 마르크 우엘레트 추기경 등이었다고 한다.
3월 12일 콘클라베 첫날, 그는 “마음을 정하지 못해 당선 가능성이 없는 이에게 표를 던졌다”고 했다. 이런 표는 ‘임시 보관표’라고 부르는데, 13일 두 번째, 세 번째 투표에서 자신에게 투표한 ‘임시 보관표’가 조금씩 늘었다고 한 기금수탁은행 다. 한 추기경이 “혹시 폐가 하나 없으신가요?”라고 물은 일도 있었다. “1957년에 상엽(上葉)을 제거했을 뿐”이라고 답하자 그 추기경은 “이런 막판의 술수가 있나!”라며 격분했다고 한다. 그의 건강에 관한 흑색선전이 돌았던 것. 낮잠을 잔 후 시작된 네 번째, 다섯 번째 투표. “개표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참 지루해서, 마치 그레고리오 성가 같기는 한데 훨씬 덜 조화롭게 들렸다.” 마침내 여섯 번째 투표. 정족수 115명 가운데 3분의 2인 77번째로 ‘베르골료’(교황의 본명)가 호명됐고,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브라질의 우메스 추기경이 그를 포옹하며 말했다.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십시오.” 바로 그때, 그의 마음속엔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이 떠올랐다고 한다. 교황 선출 다음 날 그가 처음 방문한 성당이 성모 대성전이었다.
◇교황청 관저에 살지 않는 이유
“이건 아니다.” 교황으로 선출돼 처음 관저에 들어섰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공간은 넓지만 입구가 너무 좁아 한 사람씩 들어와야 했는데, 자신은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콘클라베 기간에 머물렀던 사제관 건물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콘클라베 기간엔 추첨을 통해 207호를 배정받았는데, 그가 관저로 쓴 방은 맞은편 201호. ‘손님방’으로 그리 크지 않은 응접실과 침실, 서재가 있는 이 방에서 교황은 12년째 살고 있다.
◇좋아하는 영화
교황은 어린 시절부터 ‘달콤한 인생’ ‘길’ 등 다양한 영화를 좋아했다고 밝혔다. 최근 좋아하는 영화는 ‘바베트의 만찬’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오랫동안 굳어 있던 사람들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공동체가 새롭게 태어나며, 사람들의 삶에 기쁨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하는 모습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TV는 1990년 이후로는 시청하지 않는다고 했다.
◇희망
교황은 서문에서 “희망은 우리가 간절히 기다리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기억과 이상을 하나로 모아주는 힘”이라며 “모든 이는 영원한 봄날에 꽃을 피우려고 태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희망이 피어나는 데는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며 “그 한 사람이 바로 당신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