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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국토 균형발전'을 국정 운영의 핵심기조로 강조하고 있지만, 정책 실현의 구체적 방향에서는 지역 간 온도차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충청권을 비롯한 중부권이 당초 기대와는 다른 흐름을 겪고 있다는 지역 정가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신속히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대통령실의 세종 완전 이전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일각에서는 '세종 행정수도 완성 구상'이 지역사회의 기대와 달리 정부의 실행 순위에서 상대적으로 자동차대출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대전에서 146분간의 타운홀미팅을 진행하고 민생 현안·과학기술·채무 탕감 등 다양한 주제를 청취하며 자유롭게 소통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완전 이전하는 건 개헌 문제라 쉽지 않지만 지방 균형발전 측면에서 충청을 행정수도로 만들자, 세종으로 신혼부부전세대출 이전하자는 것은 꽤 오래된 의제"라며 "가급적 오래된 약속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완전 이전의 경우) 관습헌법이라 해서 (행정수도와 관련해) 위헌 판결을 받은 상태라 마음대로 어기긴 쉽지 않다"고 했다. 대신 "(세종에 제2의) 집무실을 짓고 (국회) 의사당을 짓는 건 가능하다 하니 그것은 속도를 내 볼 중고차할부이율 생각"이라고 했다.
해수부 이전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데 대해선 "충청·대전·세종 시민들이 이해해 주면 좋겠다"며 공개적으로 양해를 구했다. 이어 "부산시민 입장에서는 행정수도를 통째로 부산에 옮기는 건 못하더라도 진짜 필요한 해수부 1개를 옮기는 것에 반대한다면 섭섭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함께 사는 세상인 100만원당일대출 만큼 자기 이익만 (챙기거나) 자기 뜻대로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 24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연내 해수부 이전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해수부 청사를 새로 짓는다는 전제에서 벗어나 임대 등 방법까지 검토해 부산으로의 청사 이전을 서두르라는 취지로 풀이됐다.
국 주식 브로커 정기획위원회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당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부산 이전 시 청사 임대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는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할 '국토 균형발전',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성 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이 협력·공생하는 '산업 균형발전'으로 '모두의 성장'을 이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9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자치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심의·기획하는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결국 세종이 완전히 국정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 아니면 상징적 조치에 머물지 여부는 김경수 위원장이 이 대통령의 구상을 어디까지 실현 가능한 로드맵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 대통령의 김 위원장 발탁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균형발전 구상을 전국적으로 설계하려는 전략적 의도이고, 하나는 국민의힘이 다소 강세를 보이고 있는 PK(부산·울산·경남) 지역과의 정치적 연결 복원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세종 천도론'을 사실상 전면에 내세우며 중원 표심을 공략했다. 세종을 행정수도 및 과학수도로 완성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세종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 설치를 약속했다.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세종에서의 득표율 55.6%를 기록, 충청권에서도 '세종'이 이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충청권에서는 해수부 이전, 대통령실 완전 이전 유보 방침에 따라 균형발전의 핵심 축이 빠지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충청권 시도지사들은 타운홀미팅이 있던 날 공동입장문을 통해 해수부의 부산 이전 결정에 우려를 나타내며, 전문적인 검토와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거쳐 달라고 반발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영환 충북도지사,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세종시장을 비롯한 충청권 시도지사는 행정수도 완성에 전면 배치되는 이 대통령의 해수부 부산 이전 지시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그럼에도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지역 최대 이슈를 완전히 도외시한 결정을 내린 데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느낀다"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충청 지역 정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패착으로 꼽히는 의대증원도 국민들과 의견 조율 없이 결정돼 큰 반발이 있었다"며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남발될 것이 아니라 공약은 명확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부처들 대부분이 세종으로 와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실도 세종으로 완전하게 옮기는 것이 서울 집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지역균형발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