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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성장 경보음 커진 한국 경제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민주주의와 성장 경제는 한국의 자랑이었다. 그런데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인공지능(AI) 전쟁,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충격 속에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도 크게 고조되고 있다. 경제 위기의 경보음은 성장률 수치에서 이미 울리고 있었다.

한국 경제는 어느새 장기 성장률 0%대의 ‘제로 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필자가 2016년 쓴 논문에서 밝 제2금융권 대출금리 힌 ‘5년 1% 하락의 법칙’대로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이래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30년 넘게 거의 직선으로 규칙적으로 하락해왔다. 5년에 1%포인트씩 하락해 온 선형 추세에 따라 예측하면, 한국의 장기 성장률은 올해 0.9%로 떨어진다. 우리의 성장 능력이 쇠진해 마침내 장기 성장률 0%대에 진입하는 것이다. 4년 뒤인 2029년에는 0 뉴sm7 .1%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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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채 GDP 135%까지 늘어나 미 관세 폭탄에 빨간불 켜진 수출
경제 버팀목 무역수지 흑자 줄고 추가 경기 부양도 쉽지 않을 전망
장기 성장률 제로 시대 막으려면 창조형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해야 」
장기 성장률, 햇살론 바꿔드림론 ‘진짜 성장’ 능력 보여줘 연간 경제 성장률은 불규칙한 단기적 요인이나 정부 정책에 의해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의 ‘진짜 성장’ 능력을 정확히 나타내지 못한다. 장기 성장률은 나라의 진짜 성장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연간 성장률의 10년 혹은 11년에 걸친 평균을 내 단기적 변동 요인을 제거한 성장률이다.

제2금융권

신재민 기자


연간 성장률이 추세 장기 성장률보다 일시적으로 높을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성장률도 추세적인 장기 성장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을 보였는데 이는 두 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저금리 정책 등 강력한 저금리취업자금대출 경기 부양책을 썼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2014년 이후 집값은 2배 이상 오르고 전세 부채를 포함한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5% 수준이 되며 세계 1위 수준을 기록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두 번째는 수출 효자 산업인 반도체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했고, 그 결과 예외적인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가 6년간 GDP 대비 4% 이상을 지속하며 성장률을 버텨주는 예외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향후 두 가지 요인 모두 지속하기 어렵다. 먼저 지속적인 경기 부양으로 인해 집값은 너무 오르고 가계 부채도 급등했다. 금융위기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는 더이상 정부가 강력한 추가 경기 부양을 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은 한국의 반도체와 자동차·철강 등 수출에 커다란 타격을 가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한 국제적 분업 체제를 불안정하게 해 무역수지와 연간 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양극화 해소 열쇠는 장기 성장률 회복 더욱이 막대한 수출을 통해 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가 기술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파운드리와 AI 반도체에서 기술 선두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주식 시가총액에서 오랫동안 앞서왔던 대만 TSMC에 2021년부터 우위를 내준 뒤 그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국 수출 기업의 기술 경쟁력 약화로 GDP 대비 4% 이상의 무역수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신재민 기자


결국 장기 성장률이 0%대에 접어들며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역성장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제로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제로성장이 오면 기업 두 곳 중 하나꼴로 이윤이 매년 감소하고, 특히 기술 경쟁에서 뒤진 많은 기업이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에 처하면서 많은 근로자가 일자리까지 잃을 수 있다.
지난 30년간 성장이 추락하면서 분배까지 악화해 양극화도 심화했다. 양극화는 소득 양극화에서 교육 양극화로 이어졌다. 김세직·류근관·손석준(2015)이 보여줬듯 부모의 경제력 차이로 인해 잘 사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학생 간 서울대 합격률 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졌다. 결혼 양극화와 출산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제로성장이 앞으로 지속하면 우리 젊은이가 25년간 직장을 다니며 저축할 수 있는 돈은 1억원에 불과하다. 평생 저축한 돈으로 11억원이 넘는 서울 소재 평균 아파트를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유한 부모의 지원을 못 받는 경우 전셋집 구하기도 어려우니 결혼도 자녀도 포기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장기 성장률 회복이야말로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핵심 열쇠일 가능성이 높다.
창의적 아이디어에 재산권 보장해줘야 그럼에도 장기 성장률이 추락을 시작해 제로성장에 진입할 때까지 30년이 넘는 동안 보수건 진보건 어떤 정부도 ‘5년 1% 하락의 법칙’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이를 저지하는 데 무력했다. 성장률 하락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없이 안타깝게도 엉뚱한 정책만 이어졌다. 장기 성장률이 추락함에도 단기적인 경기 변동 해결 수단인 총수요 부양책으로만 계속 대응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돼 경제 성장을 이끌어야 할 인재를 전부 의사로 만들어버리는 의대 증원 같은 성장 저해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대책 없이 성장률 하락을 방치한 사이에 어느새 장기 성장률은 0%대에 진입해 일반 국민이 큰 고통을 받을 시간만 코앞으로 다가왔다.



차준홍 기자


‘5년 1% 하락의 법칙’의 원인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원조 오리지널을 만드는 능력인 창조형 인적 자본, 즉 창의력을 우리 국민과 기업이 전혀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가치가 천문학적임에도 말이다. 지난해 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치는 우리 5000만 국민이 일 년 동안 피땀 흘려 번 소득, 즉 GDP와 같았다.
‘M7’으로 불리는 세계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은 기술 기업이지만 그 기술의 핵심도 결국 창의적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기업 가치가 한국 GDP의 두 배에 달하는 애플도 스티브 잡스의 ‘손안에 컴퓨터’와 같은 아이디어가 기업 가치의 핵심이다. 반면 우리 기업은 놀라운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내지 못해 하나씩 수출 경쟁력을 잃어왔고 이에 따라 경제 성장률이 추락해왔다. 창조적 아이디어 경쟁에서 더욱 밀리면 휴대전화 세계 1위였던 노키아처럼 순식간에 망할 수도 있다.
이제라도 ‘5년 1% 하락의 법칙’과 제로성장 저지를 국가의 지상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모방과 창조』에서 제시했듯, 창의적 아이디어가 성장의 엔진이 되는 ‘창조형 자본주의 체제’로 시급히 환골탈태해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재산권을 보장해주고 강력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가 너무나 시급하다. 학생뿐만 아니라 2800만 기업 근로자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창조형 교육 제도도 화급하다.
■ AI시대 생존 수단 창의력, 어떻게 키울 것인가
「 챗GPT에 이어 딥시크까지 AI의 발전 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다. 이들 AI는 엄청난 양의 지식을 축적한 지식 기계로 대졸 수준의 모방형 지식만 배운 노동자의 일자리를 급속히 대체할 것이다. 대신 창의력을 갖춘 사람에게 AI는 창의적 아이디어만 넣으면 엄청난 창의적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주는 활용 도구가 된다. AI의 급속한 발달로 창의력이 더욱 중요한 최고의 생산 요소가 된 것이다.
따라서 창의력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성장의 엔진이 되도록 뒷받침하는 국가 차원의 제도 개혁이 정치권과 정부에 의해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개별 국민과 기업은 AI 시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창의력은 천재만 타고나는 것이라는 잘못된 오해부터 불식해야 한다. 창의력은 평범한 사람도 누구나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
평범한 학생과 근로자도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 졸저 『어웨이킹』에서 제시했듯 첫 번째 방법은 ‘비현실적 상상하기’다. 이 세상 모든 발명품은, 예컨대 스마트폰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한 결과 나왔다. 즉 모든 발명의 첫 단계는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가 그랬듯이 비현실적 상상을 계속 훈련하고 시도해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은 비현실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한 ‘논리적인 상상하기’다.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했다면 그다음에는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것이 현실에 일어날 수 있는 논리적인 경우를 찾아내면 된다. 논리적인 경우가 찾아지면 그에 따라 쉽게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현실적 상황에 대한 ‘열린 문제’를 통해 논리적 상상하기를 계속 훈련하면 창의력이 크게 향상된다.
이에 더해 다르게 생각하기와 끊임없이 의문 던지기, 파격적인 상상하기, 내 생각을 밀고 나갈 용기 키우기, 실패하며 계속 연습하기 등 실용적인 방법들을 훈련하면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키우는 능력이 빠르게 자란다. 이는 지난 20년 간 필자의 수업을 들은 학생과 직장인 중 95% 이상이 짧은 시간 안에 창의력을 크게 향상시켰던 것에서도 확인된다. 창의력을 키운 수많은 국민에게서 새롭고 놀라운 아이디어가 분출되면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크게 회복되고 국가의 성장 엔진이 재점화될 수 있다. 」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