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2020년부터 상시·지속업무하지만 매년 고용불안, "국회조차 차별 묵인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불안 내용 기자회견 통역하면 '나도 같은 처지'라고 말하고 싶어"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내용을 수어통역하고 있는 한은희 수어통역사(오른쪽)



국회 소통관(과거 정론관)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사가 상시 배치된 시점은 2020년 8월10일부터다. 물론 그 이전부터 일부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할 때 수어통역사를 배치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나 본회의 등에서는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있었다. 수어 무직자빠른대출 통역사 상시 배치 이전인 2019년 5월14일 한은희 수어통역사는 추혜선 당시 정의당 의원의 섭외로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수어통역을 시작했다. 그가 마주한 것은 국회 안에서 장애인을 위한 정보접근성이 꽤나 제한적이라는 현실이었다.

같은해 7월19일 한 통역사는 추 의원,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한국농아인협회 실업급여 등과 함께 기자회견장에서 국회방송의 자막과 수어통역 제공을 촉구하며 장애인의 국회 본회의 방청을 위한 편의 제공을 요청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돌아온 반응은 '예산 부족'이었다. 2020년 6월21일자 YTN <수어 소통 없는 국회 소통관...문제는 예산 1억?>이란 기사를 보면 국회사무처 추산으로 소통관 수어 통역에 필요한 1년 예산은 시스템 구축과 인건비 오피스텔감정가 를 합쳐 1억2000만 원이었다. YTN은 “올해 13억 원을 들여 의원회관 보안시스템을 강화한 걸 생각해보면 실상 예산 자체보다는 국회 내 공감대와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사무처는 2020년 7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수어통역 용역을 나라장터에 공고하고 한국수어통역사협회에 의뢰해 수어통역 경력 20년 이상, 방송통역 경력 7년 기업은행 마이너스통장 서류 이상에 해당하는 3인을 추천받았고 한 통역사도 그중 한명으로 소통관에서 통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수어통역사들은 간접고용으로 불안정한 지위에 놓였고 매년 국회사무처와 계약한 용역업체가 고용을 승계하지 않을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한 통역사는 지난해 3월 당시 용역업체가 고용승계를 거부한 사실을 알게 돼 쫓겨났다가 올해 다시 국회 소통관으로 복귀 사채이자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입법연구분과 등의 공동주최로 24일 국회에서 열린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공공부문 실효성 확보 및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고용승계기대권 보장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한 통역사는 소통관 수어통역사들의 업무는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수어통역사의 '업무 범위'는 “기자회견장 내 회견과 각당 대변인 브리핑 진행시 수어통역”이고 근무시간은 “사전 예약시 수어통역 지원이 원칙인데 예약 없이 대변인 브리핑 등을 진행하는 경우가 50% 정도 돼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게 된다. 관리자가 업무를 관리할 수 있는데 “진행된 회견의 영상 누락, 취소 건의 대기료 발생 건 등 실적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서 급여는 분초 단위로 계산해 받고 수어통역을 하지 않는 대기시간은 급여가 없다.
국회 수어통역사들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계약이 전부였다고 한다. 한 통역사는 “2020년, 21년, 22년, 23년 근무하면서 단 한번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고 구두계약이 전부였기에 보장받을 근거가 없고 내 유통기한은 2025년 12월31일”이라며 “소통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갑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통역하노라면 '나도 같은 처지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내 소통관, 국회방송(NATV)에서 노동하는 프리랜서 수어통역사의 고용·운영 방안 마련을 위해 국회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통역사는 “수어통역사 역할은 단순한 언어 변환이 아니라 청각장애인의 눈과 귀가 돼 정보의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며 “돌이켜보니 (내가) 음성언어를 사용한 세월보다 시각언어인 수어를 사용한 세월이 훨씬 더 오래됐는데 선배 수어통역사로서 후배 수어통역사나 수어통역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3.3% 간접고용의 불안한 환경이 아닌 안정적이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물려주기 위한 기틀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수어통역 계약업체. 토론회 자료집 갈무리



하은성 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입법연구분과장)는 “수어통역사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국회사무처-위탁용역업체-수어통역사'의 간접고용 구조에 더 나아가 수어통역사들이 위탁용역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라며 “위탁용역업체는 수어통역 전문기업이 아닌 단순 인력공급업체에 불과하고 계약 역시 형식을 갖춘 도급계약이 아니라 구두로 프리랜서 계약을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어통역사들은 기자회견이 가능한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국회 기자회견장 내에서 대기하고 있으며 한달 기준으로 스케쥴표를 만들어 순환근무를 해야 한다”며 “당연히 상시·지속 업무이며 2020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업무가 지속되고 있는데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고용승계기대권을 다퉈보지도 못했고 용역업체의 자의적 판단으로 승계나 해고가 결정된다”고 비판했다.
용역업체의 과한 수수료도 지적했다. 하 노무사는 “용역업체들은 20%에 가까운 수수료를 가져가는데 다른 용역계약의 경우 통상 5~10%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에 비추어 과한 수수료 수익으로 중간착취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간접고용의 불안정노동 문제에 대해 22대 국회에서는 김태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사업이전 등에 있어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사업이전 등이 있더라도 기존 근로관계는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사업이전 등을 할 경우 사업주가 노동자대표와 협의해 승계대상 노동자에게 통지하도록 하면서 승계거부권, 이의신청권 등을 부여하기로 했다. 사업이전이 있더라도 기존 취업규칙이나 단협상 노동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는 것을 방지하고 기존 회사와 노조간 단협이 승계되며 사업이전을 이유로 한 해고도 제한하도록 했다.
하 노무사는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는 것은 공공부문에 한정하더라도 용역업체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반론이 있을 것”이라며 “법률로는 갱신청구권만 인정하더라도 구체적 사안에 따라 승계를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 하다. 예컨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으로 한시적 승계를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간접고용 관행을 유지하는 대신 직접고용을 통해 불필요한 수수료 지출을 줄이고 해당 비용을 노동조건 개선이나 고용안정·유지에 사용하는 게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 동기부여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했다.



▲ 2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사진=노노모 제공



정부 측 패널도 입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동욱 고용노동부 공공노사관계과장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의 경우 확약서 등은 준수되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미준수되는 부분에 대해 '권고'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기대권 보장과 관련해 분할과 같은 다른 사례보다는 고용승계 관련해 긍정한 판례와 부정한 판례가 공존하기에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서상우 행정안전부 회계계약제도과장도 “현행 법체계상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게 보호지침을 준수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고 시행령·시행규칙에서 위임을 받아 지침을 만들어야 대외적 구속력이 생긴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법령이나 노동관계법령에서 규율할 수 있도록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