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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건축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제공, 사진가 김중만 작품


지난 칼 웰컴 럼에 이어 대관령 슬로프 도전기(1961년 서울공대 산악부 신입회원 시절)를 계속한다．　
우리에게는 정해진 슬로프가 없었다. 당시 스키장은 잘 닦여진 스키장과 슬로프가 있고 거기를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스키로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저 힘닿는 데까지 걸어 올라가서 그 거리만큼만 타고 내려오는지라, 길지도 높지도 않 퇴직금 식대 은 거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방식이었다．
요즘 같으면 그게 무슨 재미냐고 하겠지만 그때 우리에게는 그렇게 멍청하게 반복되는 일이 마치 숨이 차서 거칠게 입에서 뿜어 나오는 입김처럼 힘차고 즐거운 인생의 축도이자 젊음의 가치였다.
우선은 눈이 많이 쌓여 남아 있는 곳을 골라 스키를 탔다. 그 인원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루 농협캐피탈 를 뭉개고 나면 눈이 망가지기 마련이어서 다음 날은 다른 곳을 찾아가야 했다.



많은 눈 내린 대관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다 보면 자주 눈이 내려주지 않는 한 여러 곳을 상당히 먼 곳까지 찾아다녀야 할 때가 많았다 sk텔레콤텔레마케터 . 눈이 많지 않은 해에는 가까운 진부(珍富)나 하진부 또는 차항리(車項里)에서 훨씬 더 안쪽으로 들어간 내차항(內車項)까지 눈이 남은 슬로프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김수근 연구소에 다닐 때는 직장 동료인 학교 선배의 덕으로 형편이 훨씬 좋아져서 조금 나은 상태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었다.
그 선배의 아버 장기전세보증금 님이 속사리에 있는 OB맥주의 호프 농장을 운영하고 계셨기 때문에 밥 먹는 것과 잠자리는 속사리 농장의 깨끗하고 편안한 관사에서 해결했다.
매일 아침 농장의 트럭으로 횡계리에 출근하여 다시 그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멍청이' 짓을 반복하며 좋아하고 지내다 돌아오곤 했다. 오히려 그 몇 해 동안은 현지에서 하는 육체적인 고생보다는 바쁜 사무실에서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빠져나오느라고 마음고생이 더 컸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김수근 선생은 그런 정도의 아량은 있는 분이어서 시즌이 되면 나의 안절부절못함을 이해라도 하시는 듯했다. 내가 일주일 걸릴 일을 사흘 만에 들고 올라가 결재받고 나머지 나흘 동안 스키를 좀 다녀와도 괜찮겠는가를 여쭈면 흔쾌히 승낙하시곤 하였다.
다만 좀 미안한 일은 김 선생님과 둘이서만 알기로 '묵계'가 된 이 일이 나흘 후에는 나의 새까매진 얼굴 때문에 들통이 나고 마는 데서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 산악부의 악명 높은 군기 잡기는 벗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아주 자유롭게 시간과 장소와 멤버를 선택해 가며 명실상부 즐거운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 짧은 기간에는 내 고등학교 산악반 한 해 아래인 명일부 군이 나의 스키 선생이 돼줬다. 그는 운동도 많이 했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 산과 스키에 관련된 책들을 마음대로 사다 볼 만큼 여유가 있어서 아는 게 많았다.
무엇보다 시간 여유가 있어 약속이 쉬웠고, 그리고 나에게 깍듯했다.
우리는 그때 새로 생긴 진부령의 육군 스키장 슬로프와 진부령 산장을 많이 이용했다. 진부령은 군대가 동원돼 슬로프의 나무를 잘라내고 뿌리까지 불도저로 뽑아냈다.
거의 1㎞에 가까운 슬로프를 닦아 놓아서 리프트는 없어도 우리에게는 스키 활강의 새로운 경지가 열렸다. 그때 전방 고지에 눈사태가 나서 사병들이 많이 희생되고 여러 날이 지나도록 폭설 때문에 구조작업이 늦어져 장병들의 희생이 커졌다.
이를 계기로 육군에 스키부대가 창설됐는데 처음 그 부대의 중대장으로 부임한 스키선수 출신의 양 중위를 우리가 잘 알았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가능했다.
지금 나는 그의 계급이 육군 중위였다는 것밖에는 이름도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는 마음씨가 곱고 우리에게 아주 잘해줬다.
나는 지금도 양 중위가 우수 경칩이 지나면 개울의 바위를 들춰 아직 잠에서 덜 깬 개구리를 잡아다가 모닥불에 구워서 뒷다리를 뜯어 입에 넣어 주던 생각이 난다. 양 중위는 다음 해엔가 인스브루크의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에 처음 출전했다. 꼴찌를 해서 "완주를 향한 한국인의 집념"이라는 제목으로 외신에도 사진이 크게 소개된 유명한 초창기 스키인이다.



인적 끊긴 옛 대관령 도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가 독립을 하고 내 사무실을 갖게 된 다음에는 형편이 좀 더 좋아졌다. 고등학교 선배인 이화여대 체육학과의 이창환 교수와 사학과의 고성환 교수 덕분이다. 두 교수는 해마다 겨울방학에 이대 산악반원을 모두 데리고 스키 전지훈련을 횡계로 가는데 학생 숫자가 많아서 내가 조교로 불려 다니게 된 덕분이었다.
조교라고 함은 두 교수님이 가르치는 중, 상급반 이외에 스키를 처음 타보는 초보자에게 스키화 신는 법부터 스키의 탈착, 바로 서기, 평지 걷기, 킥턴(kick turn), 사이드 스텝(side step), 헤링본(hering bone), 그리고 넘어질 때의 낙법 등 왕초보 기술을 전수하는 게 일이다.
이미 이때는 좀 비싸긴 해도 외국산 플라스틱 스키가 수입되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제 세이프티 바인딩(safety binding)이 장착돼 이제는 그렇게 원시적인 방식은 벗어나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자연이 만들어 준 천연의 슬로프를 허위허위 기어 올라가 중노동으로 스키를 타기는 그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이프티 바인딩만 해도 그 전에 우리가 미군 '워커'에 가죽 줄로 합판 스키를 얽어매어 타던 데 비하면 이놈은 사람이 넘어지면 저절로 스키가 벗겨져 빠지면서 다리를 다치지 않게 한다는 놀랍고 엄청난 첨단장비였다.
플라스틱 스키는 합판에 비해 엄청 가볍고 날렵하고 잘 미끄러지는 기능이 일품이었다.
그때 교과서에는 자기 신장보다 30㎝ 더 긴 스키를 타야 하는 걸로 적혀 있어서 스키를 신고 뒤로 돌아서는 일조차 먼저 마스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첨단기술이었다. 그것을 바로 킥턴이라고 했다.
경사면에 선 채로 조금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은 채, 하는 킥턴은 몹시 어려운 기술이었는데 그것은 여학생들을 가르치는 나의 주특기였다. (계속)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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