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923년 5월 1일 동아일보에 실린 ‘오늘, 어린이날’ 기사. 2 1932년 조선어린이날중앙준비회에서 만든 포스터. 3 1922년5월 천도교회월보에 실린 어린이인권존중항목.



5월 1일이 왔다. 조선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에게도 사람의 권리를 주는 동시에 사람의 대우를 하자고 떠드는 날이 돌아왔다. 몇 대 조상 때부터 어린이나 어른이나 사람의 허물을 쓰고도 사람으로 제대로 살지 못한 것은 우리의 골수에 박힌 원한이다. 지금 우리 조선 사람은 어른이나 어린이나 누구에게 사람의 권리가 있으며 누가 사람의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실로 기가 막히는 일이다. 첫째 먹을 것, 입을 것이 없고, 편안히 쉴 집이 없는 상황이니 사건설주
람 노릇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뜻이 있는 몇 사람의 발기로 일어나게 된 소년운동협회라는 곳에서 젊은이나 늙은이는 임의희망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오직 남은 힘을 다하여 가련한 우리의 후손인 어린이에게는 희망을 주고 생명의 길을 열어주자고 말한다.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해서 어린이를 위하여 힘을 합해서 일을 하자고신 천지 게임
선전하는 동시에 다만 하루의 짧은 시간이라도 그들에게 기쁨을 갖게 하고 복이 있게 하자는 오늘이라 한다. 조선의 어린이여, 그대들에게 복이 있으라! 조선의 부형이여, 그대들에게 정성이 있으라! 오늘 어린이날의 기념과 선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보도한 바와 같이 소년운동협회에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로 준비에 분주하였다. 당초의 계획으로는 오늘 오후 3시5일선매매
부터 약 2천 명의 소년이 모여서 시내에서 크게 선전행진을 할 계획이었으나 행진에 대해서는 상습적으로 금지의 수단을 쓰는 조선의 경찰 당국이라 어찌 허가되기를 바라리오. 부득이 중지하고 못하게 되었고, 기타의 계획은 대체로 예정대로 하게 되었는데 순서대로 보도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오늘 오후 3시에 소년운동협회의 간부와 기타 유지의 인솔하에 시내의 각 소바다이야기규칙
년단체 회원과 소학생 천여 명이 경운동의 천도교당에 모여 “어린이날 기념 축하식”을 거행할 터인데, 주최자 편의 어린이날에 대한 설명이 있은 후 어린이 운동에 대한 선언과 낭독이 있을 예정이다. 내빈의 축사를 마친 후에는 회장 안에서 선전지를 배포하여 폐회한 후 시가지로 나아가 선전할 것이다. 시내의 선전은 십이만 장의 선전지를 네 구역에 나눠 가가호호에 주식투자가이드
배포할 예정인데 구역은 종로를 중심으로 사거리를 기준으로 나눠 각 구를 다시 각 부로 나누고, 각 부에 오십 명씩 패를 짜서 집집마다 배포할 예정인데 그 선전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별항보도와 같이 금일 시내에 배포할 선전지는 “어른에게 드리는 글”과 “어린 동무들에게”라는 두 가지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른에게 드리는 글 一.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一. 어린이를 늘 가까이하여 자주 이야기를 하여 주시오. 一.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一.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을 때맞추어 챙겨 주시오. 一.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一. 산보와 소풍 같은 것을 가끔씩 시켜주시오. 一. 어린이를 야단치실 때는 화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 러 주시오. 一.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 만한 놀이터나 기관 같 은 것을 지어 주시오. 一. 대우주의 뇌신경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 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 그들에게만 있 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어린 동무들에게 一.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一. 어른에게는 물론이고 친구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一. 화장실이나 담벼락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 같은 것을 그 리지 말기로 합시다. 一. 길가에서 떼를 지어 놀거나 유리 같은 것을 버리지 말기 로 합시다. 一.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一. 전차나 기차에서는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로 합시다. 一. 입은 꼭 다물고 몸은 바르게 가지기로 합시다. 천도교당 안에서 거행할 기념식장에서 낭독할 소년운동의 선언, 즉 소년운동의 기초조항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소년운동의 기초조항 본 소년운동협회는 이 어린이날의 첫 기념이 되는 5월 1일인 오늘에 있어 고요히 생각하고 굳건히 결실한 끝에 감히 아래와 같은 세 조건의 표방을 소리쳐 전하며 이에 대한 천하 형제의 지대한 관심과 깊은 공감, 그리고 협조하여 행동으로 옮기길 바라는 바이다. 1. 어린이를 관습적인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 에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라. 2.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만 14세 이 하의 어린이에 대한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금지하라. 3.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겁게 놀기에 충분한 각양 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마련하라. ‘오늘, 어린이날’, 『동아일보』, 1923.05.01. ▶ 해설 이 기사는 ‘오늘, 어린이날’이라는 제목의 1923년 5월 1일 자 동아일보 기사이다. 차상찬과 방정환을 위시한 천도교 어린이 운동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찍이 천도교청년회의 간부를 맡았던 차상찬은, 1921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의 창설을 주도한다. 이 단체는 종교를 떠나 17세 이하 어린이는 누구나 소년회 회원으로 받아들였고 당시 천도교의 위세에 걸맞게 불과 2년 만에 회원이 500명이 넘어설 정도로 주목받았다. 천도교소년회 지도위원을 맡은 차상찬과 동료들은 1922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이 되던 날을 ‘어린이날’로 제정하는데 이것이 오늘날 ‘어린이날’의 시작이다. 이날 어린이들과 거리를 행진하며 ‘항상 10년 후의 조선을 생각하십시오’란 제목의 선전지를 광화문, 종로, 탑골공원, 교동 일대에 배포하였고, 그 내용은 1년 후 동아일보에 실린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1회 어린이날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천도교소년회는 적극적인 어린이 운동을 전개한다. 음악회, 체육회, 토론회, 야유회, 환등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그것이다. 특히 차상찬은 1922년 6월 18일에 열린 환등회의 사회를 맡았는데, 이 환등회는 전국의 명소 사진을 60여 장 보여주고 설명을 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사진 설명이 재밌고 길어져서 방정환과 김기전의 연설이 연기될 정도였는데, 사회를 맡은 차상찬의 유머와 말솜씨를 상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23년의 어린이날 행사는 그 규모가 더욱 커졌다. 불교소년회, 조선소년단 등 40여 개 서울 시내 어린이단체와 각 신문사 기자들이 모여 ‘소년운동협회’를 결성했기 때문이다. 다만 천도교당에 2000여 명의 어린이가 모여 축하식, 행진, 선전지 배포 등을 할 예정이었으나 허가가 나지 않아 다소 축소되었던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선전지에는 1년 전 배포한 선전지의 내용을 수정한 ‘어른에게 드리는 글’과 새로 작성한 ‘어린 동무들에게’를 담아 다시 한번 어린이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어린이는 최소한의 돌봄만 받은 후엔 노동력을 착취하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 존재에게 존댓말을 쓰고, 이발이나 목욕은 물론, 소풍을 시켜주라는 말 등은 당시 사람들에겐 매우 급진적인 요구였다. 하지만 이런 요구와 행사는 일제가 행사를 중단시킨 1939년 이전까지 지속되었고, 어느새 사람들의 인식 속에 어린이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화됐다. 1922년부터 1938년 사이 언론에서 다루는 어린이 관련 기사들의 논조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이런 과정에서 차상찬 역시 지속적인 역할을 한다. 방정환, 김옥빈 등과 함께 어린이날 준비위원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의연금을 모금했다. 또한 서울 시내 어린이 교통량 조사 참여는 물론 어린이들과 동물원 방문은 물론 함께 소풍도 가고, 개벽사를 방문한 어린이들과 사진도 찍는 등 현재 확인되는 활동만 해도 적지 않다. 흔히 어린이날을 생각하면 떠올리는 인물은 방정환이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측면이 강했다. 개벽사의 인물들은 각자 맡은 대표적인 역할이 있었고, 어린이 운동은 방정환이 맡았던 셈이다. 하지만 방정환은 공식적으로 1920년 9월부터 1923년 11월까지 일본 유학 중이었다. 이 시기는 어린이날이 제정되고 어린이 인권이 선언되는 중요한 때였다. 결국 조선에 남아 이러한 일의 실무를 맡았던 차상찬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1922년 11월 21일 방정환이 동경에서 차상찬에게 보낸 엽서의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또한 엽서의 내용을 통해 형님, 아우하며 서로를 칭하는 두 사람의 긴밀한 관계를 읽을 수 있다. 차상찬은 방정환과 함께 1929년 어린이날 행사 준비위원회 특별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이후로도 꾸준히 어린이 운동에 관여했다. 특히 1931년 방정환이 31세의 나이로 요절하자, 장의위원장을 맡았으며, ‘어린이를 부탁한다’는 방정환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1935년 3월 ‘어린이’가 폐간될 때까지 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했다. 또한 종간호까지 총 60여 편의 다양한 글을 싣는 주요 필자로도 활동했다. 차상찬은 천도교소년회의 주요 멤버였던 방정환에겐 11살 위의 든든한 형님이었고, 김기전에게는 보성전문학교 스승이기도 했다. ‘어린이’를 비롯해 개벽사에서 나온 잡지들을 책임지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이 드러나지 않아도 어린이 운동의 밑거름이 되는 것을 기꺼워했다. 개벽사의 형님, 차상찬의 큰 그릇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어 번역=차상찬기념사업회 △발췌문헌=‘오늘, 어린이날’, 동아일보 1923.05.01. △해설=이현준 한림대 강사·차상찬기념사업회 이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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