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완화를 놓고 한·미의 인식 차가 표면화하는 가운데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인도적 차원에서의 제재 완화 필요성을 거론했다. 제재 장기화에 따른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은 북한 정권에 있다”며 제재 완화에 선을 그었다.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2019년 1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인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조선일보 DB킨타나 보고관은 오는 22일 유엔 총회에 제출할 북한인권보고서에서 “인도적·구명 지원을 촉진하고 일반 주민들의 적절한 생활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재검토·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외신들이 7일 보도했다. 그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연료⋅기계류⋅부품에 대한 수입 제한은 에너지 안보, 교통, 농업, 보건, 위생에 의도치 않은 영향을 주고 해산물과 섬유류에 대한 수출 금지는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에 주목하던 킨타나 보고관이 명시적으로 제재 완화를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외교 소식통은 “킨타나 보고관이 중국·한국의 제재 완화 주장을 일부 수용한 모습”이라며 “미국 등 서방의 잣대로만 북한 인권을 다룬다는 일부의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하지만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정권은 (열악한) 인도적 상황에 대한 주된 책임이 있다”며 “이 정권은 계속해서 주민들을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주민들에게 돌아갈 자원을 전용해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증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경감시킬 노력들을 지지한다”며 “우리는 인도적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대북 인도 지원엔 찬성하지만 유의미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