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코로나 방역 피해 손실 보상에 불만 쏟아내지난달 27일부터 정부가 코로나 방역 조치로 손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에 착수했지만,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전기·통신요금과 건물 관리비 등 주요 고정비가 보상액 산출 기준에서 빠진 데다 금액도 턱없이 적어 소상공인 사이에선 ‘실상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또 여러 개 점포를 운영해 연 매출 10억원이 넘는 법인 사업자와 여행·전시 업종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코로나 방역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자료=중소벤처기업부◇”장사 안 해본 공무원의 탁상행정”손실보상 지급 대상은 올해 7월 7일부터 9월 30일까지 집합 금지, 영업 제한 조치로 매출 손실이 난 소상공인이다. 그러나 손실 보상액 산출식부터 엉뚱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올해의 하루 평균 매출 차이에 영업이익률과 인건비·임차료 비율을 반영해 보상액을 산출한다. 하지만 임차료 못지않게 비중이 큰 전기요금, 통신요금, 건물 관리비는 빠져 있다.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대형 냉장고를 계속 켜놓는 음식점, PC를 계속 돌리는 PC방은 가게 문을 닫지 않는 한 전기요금·통신요금이 고정적으로 빠져 나가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100석 규모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의 경우 월 임차료는 340만원가량 나가지만 전기료(290만원), 인터넷 전용선 사용료(82만원), 건물 관리비(72만원)를 합치면 월 임차료(340만원)보다 더 큰 금액이 매달 거의 고정적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정부는 영업 제한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만큼 통신요금·전기요금 부담도 줄어든다는 이유로 보상액 산출 때 제외했다. 김씨는 “인원수와 영업시간을 단축하면 매출은 급감하지만, 통신요금·전기요금은 거의 그대로 나간다”며 “장사도 안 해 본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생각 없이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보상 기준도 오락가락실제 피해에 크게 모자라는 보상액도 여전히 논란이다. 손실보상은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100만원 이하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며 ‘푼돈’ 논란이 불거졌다. 경기도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월 300만원 정도였던 매출이 지난여름 반 토막 나면서 매달 100만원 넘게 손해를 봤지만, 손실보상액은 10만원밖에 안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보상액이 삼겹살에 소주 한 번 사먹을 정도밖에 안된다”며 “손실 보상이 아니라 그냥 위로금”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보상금이 적자, 정부 과세 자료 대신 세무사가 작성한 손익계산서나 매출 장부 같은 서류를 직접 준비해 구청에 제출하는 소상공인들도 늘고 있다.법인 사업자들의 보상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여러 개 점포를 운영하는 법인사업자들 중에서는 ‘연 매출 10억원 이하’라는 보상금 지급 기준에 막혀 한 푼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서 음식점 3곳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가게 하나씩 따지면 충분히 지급 대상이 되는데, 법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제외됐다”며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고 말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음식점연합회 대표는 “정부가 방역 조치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내렸는데, 보상금 지급 때는 매출 규모를 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행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처음부터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자포자기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상황에도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신청과 지급이 순조롭다는 보도자료를 내 오히려 상당수 소상공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 9일 “전체 대상자의 80%에 해당하는 49만 개 업체에 1조4000억원이 지급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