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병목+인플레, 증시 하방압력 높인다""자본시장 핵심기능은 자금조달…채권시장 정책 활성화돼야"한국증권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은 17일 '코로나19 장기화와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주제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주요 연사들이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2021.11.17 © 뉴스1 강은성기자(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일상회복이 지연되면서 그동안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왔던 자본시장도 다시 침체기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접종과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도 확진자와 위중증자가 증가하면서 내년 경기회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며 "내년 증시는 경기사이클 측면에서 봤을때 비우호적이며 자본시장의 건전성도 우려된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17일 한국증권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은 서울 중구 을지로 은행연합회관에서 '코로나19 장기화와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주제로 공동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박광우 한국증권학회장(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장)은 개회사에서 "백신접종률이 80%에 육박함에도 매일 2000명이 넘는 신규확진자와 돌파감염, 위증증자 증가 등 전문가 예상보다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기회복 지연과 자본시장 침체 위기로 전개되는 중"이라고 우려를 나타내면서 "그간 급등세를 보였던 주식시장도 최근 변동성이 커지면서 하방압력이 커진 상태"라고 짚었다.◇"글로벌 공급망 병목+인플레, 증시 하방압력 높인다"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내년 경기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발제자로 나온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지난 1년간 168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미국과 더불어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시장 중 하나"라면서 "이 때문에 '거품'(버블)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며 유동성이 주식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주식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 센터장은 내년 주식시장이 '험로'를 걷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긴축 지향적으로 바뀌고 있고, 순환적 경기 사이클도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는 "내년은 경기사이클 측면에서 투자하는 분들에게는 비우호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아울러 저금리의 부작용으로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성장과 실물경기의 괴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도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토론자로 나온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은 결국 제조업의 비용상승을 초래하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수 있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그동안 팬데믹에도 내수 수요는 폭발하면서 소비가 줄지 않아 기업이 최대 실적을 이어갔지만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국가인만큼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때문에 미국 시장은 상승해도 우리 시장은 지지부진한 '차별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핵심기능은 자금조달…채권시장 정책 활성화돼야"팬데믹과 같은 자본시장 위기상황이 또 다시 발생했을 때 자본시장의 본질적 기능, 즉 기업시장의 '자본 공급·유통'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정부가 메뉴얼에 따른 안정적인 채권시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은 정부가 함부로 개입하면 안되지만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 채권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채권시장이 흔들릴 경우 기업은 곧바로 자금경색을 겪게 되고 부도사태를 줄줄이 겪으면서 경제가 순식간에 망가질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작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처음 발생한 이후 같은달 17일부터 정부의 채권시장 개입장치가 발동됐고 연이어 기업어음, 유동화증권 시장 등에 미국 정부가 신속히 개입하면서 채권시장의 금리상승을 신속하게 안정화시켰다는 것이 황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미국은 사실상 4월3일에 대부분의 채권시장 정책을 발동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반면 1월부터 코로나19 상황에 처했던 우리나라의 경우 채권안정화펀드를 통해 시장에 처음 개입한 것이 4월 중순 무렵으로, 상당히 늦었다고 황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위기상황이 왔을때 위기 통제를 위한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과정을 메뉴얼화 하고 시장의 건전성 유지 및 자본공급기능 유지를 위한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