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50회 이상 무대 서는압도적 카리스마의 지휘자24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서차이콥스키 작품 등 연주"열 손가락으로 지휘할 것" 23일 기자회견 중인 게르기예프. [사진 제공 = 인 아츠] "이게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맞아?"199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러시아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68)의 지휘로 빈필이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하자 객석에선 탄성과 함께 이런 반응이 튀어나왔다. 실크 같은 우아한 사운드로 정평이 난 빈필이 만들어내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웅장하면서도 깊이 있는 러시아적인 사운드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당시 연주는 실황 음반으로 제작됐는데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게르기예프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소리가 만들어질 때까지 악단을 조련한다. 그래서 세계 어느 악단을 지휘하든 러시아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빈필은 오케스트라 튜닝 시 기준이 되는 라(A)음의 피치를 표준인 440㎐보다 다소 높은 443㎐로 설정한다. 특유의 반짝이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그런 빈필조차 게르기예프의 지휘하에선 소리 색채가 완전히 변화하는 데 클래식 팬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이다.'지휘대 위의 차르'라고 불리는 지휘자 게르기예프가 그의 분신과 같은 마린스키 극장 악단과 함께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24일 오후 2시, 오후 8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 '고전',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를 연주하며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선사한다. 클래식 공연계에서 하루 두 차례 연주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소 무리한 일정이 아니냐'는 질문에 "어제도 쉬었고 그제도 쉬었다. 이제 그만 쉬어도 되지 않나 싶다. 내일 두 차례 공연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이번에 그와 함께 방한한 마린스키 앙상블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중 현악파트 단원들로 구성된 현악앙상블이다. 아마티,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니에리, 과다니니 등 최고의 명품 악기로만 연주해 스트라디바리우스 앙상블이라고도 불린다. 게르기예프는 1988년 수석지휘자에 올라 마린스키 악단을 30년 넘게 이끌고 있다. 그는 마린스키 악단 소리에 대해 "우리 오케스트라에는 (세계 3대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들이 많다. 이들은 젊고 기교적으로도 우수하다"고 했다.게르기예프는 연중 150회 이상 지휘대에 오르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다. 전설적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이후 버터를 바른 듯한 매끄러운 사운드가 대세를 이룬 유럽 음악계에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사운드를 선사해 '게르기예프 사운드'에 대한 팬덤이 형성됐다. 그는 이쑤시개를 연상시키는 매우 짧은 지휘봉을 사용하거나 아예 지휘봉 없이 손으로만 지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반 지휘봉으로 지휘할 당시 지휘봉이 자꾸 객석이나 단원들을 향해 날아가는 일이 잦아 지휘봉 없이 무대에 오른다고 알려져 있다."한국 연주 때도 열 손가락을 다 사용해 지휘할 생각입니다. 손가락이 12개라면 12개를 사용해서 지휘하고 싶어요.(웃음) 제가 긴 지휘봉을 사용하면 단원들이 연주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거예요. 지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봉이 아니라 지휘자의 눈빛과 표정, 손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