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4차 수소경제위원회가 열렸다./ 뉴시스정부가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4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은 지난 2월 수소법 시행 이후 처음 나온 법정 기본계획이다.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발표한 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 2050년 연간 2790만t의 수소를 100% 그린·블루수소 등 청정수소로 공급하고, 국내 생산과 함께 우리 기술과 자본으로 생산한 해외 청정수소를 도입해 청정수소 자급률을 60%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한 수소고, 블루 수소는 천연가스 추출 수소나 부생 수소에서 탄소를 포집·저장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 수소를 대규모로 생산하고, 생산단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또 탄소 포집·저장기술(CCS)을 통해 탄소를 제거한 블루수소를 2050년까지 200만t 생산하겠다고 밝혔다.정부는 아울러 석탄·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와 산업단지 인근에 수소 항만을 구축하고, 항만 내 선박과 차량, 장비 등을 수소 기반으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또 수소 생산·도입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수소 배관망을 구축하고, 주유소·LPG 충전소에 수소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2050년까지 수소충전기를 2000기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정부는 아울러 2027년부터 석탄에 암모니아를 섞어 발전하거나, LNG와 수소 혼합 연소 등 수소 발전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또 수소차 생산능력을 2050년까지 526만대로 늘리고,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성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아울러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탄소 고배출 산업을 대상으로 수소 기반 공정으로 전환하고, 연료나 원료를 수소로 대체해 나가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204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상용화하고,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로 완전 전환해 나가겠다고 했다.정부는 이를 통해 수소가 2050년 최종 에너지 소비의 33%, 발전량의 23.8%를 차지해 1319조원의 경제 효과와 56만7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온실가스는 약 2억t 이상의 저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경기도 용인 수소충전소./ 뉴시스◇장밋빛 청사진···기술 상용화 요원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수소경제 계획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없고 경제적으로 국가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비현실적인 계획이라고 지적한다.우선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네이처에 발표된 ‘세계 태양광과 풍력 안정성의 지리적 제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사량, 풍속, 국토 면적 등 태양광·풍력 발전 입지 조건이 불리해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공급 안정성이 세계 42국 가운데 최하위에 해당한다.포스코는 자신들이 필요한 그린수소(370만t)를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풍력 단지를 조성할 경우, 충청북도 면적(7400㎢)의 2배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게다가 정부가 제시한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아직까지 기술 상용화조차 이뤄지지 않았다.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나 LNG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사용해 수소를 뽑아내면 친환경이라고 하는데 전기를 사용해 생산한 수소로 다시 전기를 만들겠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며 “암모니아도 자연에 대량으로 존재하는 천연자원이 아니라 이를 만들려면 엄청난 전기가 필요한데 전기로 생산한 암모니아를 다시 발전에 이용한다는 것도 황당하다”고 지적했다.◇막대한 비용 초래···에너지 안보 위협정부의 수소 경제 이행 계획 등 탄소 중립 계획은 국가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줄 전망이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시멘트·철강·정유 등 핵심 수출산업 6개 분야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199조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탄소포집 저장 및 활용 기술, 매몰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목표로 한 2050년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하려면 6개 산업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설투자에 7조9390억 원, 탄소 감축을 위한 연료 및 원료 전환에 162조1110억 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공정 전환에 28조3400억 원 등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앞서 포스코는 국내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高爐)를 수소로 쇳물을 뽑는 수소환원로로 전환하는 데는 68조5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개발 초기 단계로 아직까지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 포스코는 또 “수소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산업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요소수 사태처럼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 수소에 의존한 상태에서 수출국이 수출을 제한할 경우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