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1년만의 최악 인플레소비자심리지수도 사상최저자동차가 필수품인 미국에서기름값 급등은 가장 큰 고통11월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엑손, 신보다 더 벌어" 비판원자재값·물류비까지 급등美식료품업체 가격인상 예고연준 '빅스텝' 중단기대 꺾여◆ 커지는 S공포 ◆



10일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있는 엑손모빌 주유소에서 일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64달러로 게시됐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평균 휘발유 가격도 6.43달러까지 치솟았다. [EPA = 연합뉴스] 미국 내 휘발유값이 사상 최고치인 갤런(약 3.8ℓ)당 평균 5달러까지 치솟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위치한 코스트코 매장 셀프주유소. 대기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주유소를 지나 큰길까지 늘어섰다. 이곳의 일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79달러로 주변 주유소보다 0.2~0.3달러 싼 편이다. 20분가량 기다려 기름을 가득 넣었더니 주유기에 찍힌 최종 가격이 50달러(약 6만4000원)를 훌쩍 넘었다. 1년 전 주유금액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집집마다 자동차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미국 교통환경을 감안할 때, 기름값 상승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고통이다.주별로 보면 갤런당 6달러를 넘는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전날 평균 가격이 6.4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외에도 애리조나 등 서부지역과 오하이오, 뉴욕 등동부지역에서 일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달러 이상으로 집계됐다.워싱턴포스트와 조지메이슨대학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 44%는 휘발유값 부담 때문에 자동차 기름탱크의 일부만 채웠다고 응답했다. 연간 5만달러 이하 소득인 운전자 중에서는 61%가자동차에 휘발유를 가득 넣지 않고 있다. 또 미국 운전자의 3분의 2는 휘발유를 아끼려고 식료품점 방문 횟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이 같은 미국 유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큰 악재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회사를 직접 압박하고 나섰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주 정상회의 참석차 로스앤젤레스(LA)에 머물고 있는 그는 대국민 연설에서 "모두가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이윤을 알도록 할 것"이라며 "엑손은 지난해 신보다 돈을 더 벌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변한 건 없고 그들은 손 놓고 있다"며 "석유회사들은 시추 허가를 9000건이나 받고 시추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엑손모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0억달러(약 29조4400억원)에 달한다. JP모건은 지난달 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 휘발유 가격이 8월까지 갤런당 6.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산유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사실을 이르면 13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11일 보도했다. 유가뿐 아니라 원자재값, 인건비, 물류비 상승으로 인해 전방위적인 원가 압박을 받는 미국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식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크래프트하인즈는 8월부터 유통 고객사들에 미라클휩, 클래시코 파스타 소스, 맥스웰하우스 커피 등의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2019년 이후 지금까지 제품 가격을 13.9% 올렸지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맥도널드는 지난 9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의 가격 인상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미 최대 육류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올해 들어 4월까지 소고기 가격을 평균 24% 인상했고, 미 3위 닭고기 생산업체 샌더슨팜스는 4월 말까지 제품 가격을 34% 올린 바 있다. 휘발유 가격 급등과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 경제는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급등했다.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주택, 항공요금, 중고차와 신차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고 의료, 가정용품, 의류와 같은 다양한 부문에서 일제히 물가가 올랐다. 낸시 탱글러 래퍼탱글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물가지표는 미국인과 정책 책임자들 모두에게 재앙적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소비자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도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미시간대학이 조사하는 6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0.2로 나왔다. 이는 전월의 58.4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이 대학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미국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며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카드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가 안정을 위해 단행한 빅스텝의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더 가파른 속도의 통화긴축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논의가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초 월가에선 이번 FOMC에서도 지난달처럼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전망했었다. 또 6월과 7월 두 차례 인상 이후 연준이 9월 FOMC부터 빅스텝을 멈출 것이란 전망도 힘이 빠지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5월 물가지수 급등으로) 연준은 6월과 7월은 물론 9월에도 기준금리를 종전 전망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9월 FOMC 0.25%포인트 인상 전망을 0.5%포인트 인상으로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