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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뷰]SNS를 달군 왕실 유리등…'조선인싸템'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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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풍빈현 작성일20-12-19 19:48 조회1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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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이나 바깥 활동을 떠나기 전, 챙길 만한 필수 장비나 소소한 용품부터, 이게 과연 쓸모가 있을까 싶은 물품까지 모조리 리뷰해보는 <아이템뷰>

국립고궁박물관 ‘사각 유리등 키트’

(한국문화재재단 전통문화테마숍 갈무리)

조선 시대 어느 날 늦은 밤. 왕실의 밤잔치가 열렸다. 궁궐은 흥에 겨운 사람들로 가득하다. 맞부딪히는 잔. 풍악이 울리는 연회장 위로 은은한 빛이 번진다. 곳곳에 내걸린 유리등 주변으로 나비가 날고, 꽃과 화초가 어우러진다. 밤이 깊을수록 웃음소리가 커진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등불은 더 환하게 웃는다.

19세기 이후 조선의 밤 연회를 담은 그림인 ‘신축진찬도병’에는 사각 유리등이 등장한다 (문화재청 영상 갈무리)

조선 시대 왕실 잔치 장면이 이랬을까. 일반에 공개되자마자 누리꾼들을 흥분시켰던 ‘사각 유리등’이 빛나는 모습이다. 궁궐 처마나 기둥에 걸려 빛나던 사각 유리등을 그대로 재현한 꾸러미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선인싸템'으로 불리며 판매할 때마다 매진 사례가 이어지는 중이다.

사각 유리등은 조선 왕실에서 밤잔치 때 연회장을 밝히기 위해 걸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선 시대의 잔치는 아침에 열렸다. 밤에 열린 건 나중 일이다. 1828년 순조의 왕세자였던 효명세자 주도로 처음 밤잔치가 시작된 것. 이때 어둠을 밝히기 위해 사용된 것이 사각 유리등이다.

진본 사각 유리등 (문화재청 제공)

현재 사각 유리등은 현재 고궁박물관에 전시 중이며 실물은 가로·세로 45㎝, 높이 37㎝로 꽤 큰 편이다. 이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해 출시된 제품이 ‘사각 유리등 키트’다. 실물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면서 크기는 가로·세로 13㎝, 높이 11㎝로 자그마하게 줄였다. 집이 궁궐처럼 넓지 않은 이상 걸어놓기 딱 좋은 크기다.

누리꾼의 열망이 이뤄낸 유료 판매

원래 이 제품은 판매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국립고궁박물관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올해 10월 초에 열렸던 궁중문화축전 기간 중 온라인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 사각 유리등 키트를 무료로 배포했다. 선물용 이벤트였으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SNS에 제품 사진이 올라왔고 예쁘다고 아주 난리가 났다. 결국 무료 배포 접수 기간에만 신청자가 1만명이 몰렸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문화재청 트위터 갈무리)

미처 얻지 못한 누리꾼들은 “돈 주고라도 살 테니 상품화해달라”고 아우성쳤다. SNS에 지속적으로 요청이 쏟아졌고 결국 고궁박물관 측은 11월 16일부터 온·오프라인 유료 판매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돈 내고 사는 것은 쉬웠을까. 온라인의 경우 1, 2차 물량은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금세 완판됐다. 뒤늦게 사려고 들어갔을 때 보인 건 ‘매진’이라는 두 글자뿐이었다.

(한국문화재재단 전통문화테마숍 SNS 갈무리)

많이 생산할 수는 없을까. 물량 부족 현상에 대해 문화재청은 SNS를 통해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매듭, 철팁, 목재판 커팅 등으로 많이 생산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3차 판매가 시작된 지난 9일. 역시나 구매희망자가 좀비 떼(?)처럼 몰렸다. 서버가 일시 마비되어 한동안 접속이 어려웠을 정도였다. 많은 시도 끝에 겨우 카드 결제 단계까지 갔지만 오류가 일어나길 몇 번. 수차례 반복한 뒤에야 겨우 결제에 성공했다. 준비한 물량이 매진되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아마 서버 접속이 원활했다면 ‘10분 컷’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왕실 유리등을 내 방에 걸어보자

(사진=김명상 기자)

주문 후 일주일 뒤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미소가 절로 번진다. 기분 탓인지 박스부터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제부터는 조립의 시간. 키트 내용물은 단촐한데 나무조립판재 6개, LED 초 1개, 아크릴판 4개, 스티커 5장, 매듭 5개, 매뉴얼 1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단 나무판에서 부품을 하나씩 떼어내야 하는데 생각보다 얇아서 세심한 힘 조절이 필요하다.

사각 유리등 키트 부품 (사진=김명상 기자)

부품의 마감은 좋은 편이다. 힘을 적당히 주면 나무 판에서 커팅된 부품이 떨어져 나와 분리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설명서가 친절해서 조립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시간이 꽤 걸렸다. 어린 시절 변신 로봇을 잘도 조립하던 실력이 다 사라진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부품이 부러져서 본드로 붙여야 하는 불상사를 막으려고 너무 조심스레 다룬 탓도 있겠다.

아크릴판에 장식용 스티커를 붙인 모습 (사진=김명상 기자)

가장 어려운 건 장식용 스티커를 떼어 아크릴판에 붙이는 작업이었다. 스티커가 잘 떨어지지가 않는 데다 아크릴판에 착 달라붙게 부착하지 않으면 기포가 생겨서 접착면이 울퉁불퉁해진다. 스티커를 붙일 아크릴판은 위아래가 구분돼 있다. 거꾸로 붙였다가 다시 떼어내는 수고를 하지 않으려면 방향 파악을 잘해야 한다. 그래도 전체적인 조립 난이도는 ‘하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풍스러운 디자인…가격 대비 만족감 높아

(사진=김명상 기자)

드디어 완성. 왕실에서 쓰던 물품을 재현한 제품답게 우아한 멋이 곳곳에서 배어난다. 골동품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득템한 듯한 만족감이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불 밝힌 등은 메마른 감성을 채워주는 마력마저 품고 있다. 옛날 왕실 잔치에는 이런 고풍스러운 등이 수십 개도 넘게 달렸을 것이라 생각하니 황홀할 지경이다.

(문화재청 제공)

전원 연결이 필요 없으니 야외에서 쓰기에도 좋을 듯하다.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원한다면 더욱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너무 새것 느낌이 나는 것이 좀 부자연스럽다. 시간이 흘러 나무틀에 세월의 무게가 얹히면 더욱 운치 있을 것 같다. 내부에 넣는 LED 초는 언뜻 보면 진짜로 착각할 만하며 실제 촛불이 아니라는 위화감이 별로 없는 편이다.

(사진=김명상 기자)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우선 주문 자체가 전쟁이다. 판매 수량이 적다 보니 눈 깜빡할 사이에 매진되기 십상이다. 이 관문을 통과한 것만으로도 감동이 벅차오를 지경. 막상 키트를 수령하고 나면 조립하는 과정이 무척 귀찮다. 완제품으로 배송이 된다면 더욱 만족스러울 것 같다. 사각 유리등의 창이 명칭과 달리 아크릴판이라는 것은 옥에 티다. 투명도가 유리 소재에 비해 좀 떨어져서 사제로 바꾸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이름처럼 빛 투과율이 좋은 유리를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유리 제품으로 내놓으려면 아무래도 생산량이 줄고, 단가는 높아지며 파손의 위험까지 따르므로 아크릴판으로 대체한 것으로 추측된다. 단순히 ‘남들이 사니까 나도’라는 심정으로 사면 곤란하다. 불빛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므로 은은한 감성용 조명 이상으로 쓰기 어렵다. 구매 전 자신의 사용 목적을 잘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또 다른 유물의 제품화가 이뤄지길

(한국문화재재단 전통문화테마숍 갈무리)

이번 사각 유리등 키트를 접하고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흘러간 유물이 지금 세대에 이렇게 높은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다.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조선 시대의 유물을 내 방에 걸어두고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정서적 사치에 가깝다. 평소 박물관을 즐겨 찾지 않았지만 실물을 보기 위해 꼭 가보고 싶어지는 부가 효과도 생긴다. 현재 제품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옛것의 재현’이 계속 진행돼 젊은 세대가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앞으로 더 다양한 유물의 상품화가 이뤄지는 동력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별점 ★★★★☆(4/5)
온라인 판매처 한국문화재재단 전통문화테마숍(KHmall)
오프라인 판매처 국립고궁박물관 고궁뜨락, 경복궁 버들마루, 창덕궁 동궐마루, 덕수궁 돌담길, 한국의집 사랑 카페앤아트샵, 여주 여민락, 인천공항 한국전통문화센터 T1, T2 한국전통문화센터 등
소소한 팁 판매 시기는 SNS 등을 통해 공지하므로 문화재청이나 한국문화재재단 전통문화테마숍(KHmall) 트위터,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팔로우하면 편하다. 구매 당일에는 접속자가 많으니 인터넷이 최대한 빠른 곳에서 결제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 사용 시 유선랜 연결 추천. 오프라인 매장은 먼저 재고 여부를 알아보고 방문하자.
크기 가로/세로 13㎝, 높이 11㎝
가격 3만원

※’아이템뷰’는 뒷광고 기사를 작성하지 않습니다.
※’아이템뷰’는 건전하고 공정한 쇼핑문화를 지향합니다.

김명상 기자(terr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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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a must-have(이건 반드시 사야해)”미국·유럽 텃밭 가꾸기 열풍 타고 한국 농부의 호미 큰 인기
‘영주대장간’ 수제 호미는 아마존 원예 부문에서 ‘톱10’ 랭크도
꺼지지 않는 화덕은 대장간의 상징이다. 시뻘겋게 달궈진 쇠붙이들이 메질을 기다린다.
'땅, 땅, 땅, 땅.’ 쇠메(쇠망치)로 모루(쇠 받침대)를 때리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퍼져 나간다. 회색 머리칼에 팔뚝에는 핏줄을 한껏 세운 대장장이가 시뻘겋게 달궈진 쇠뭉치를 두드리고 있다. ‘영주대장간’의 석노기(66) 대표는 주위 인기척에도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볼품없던 쇳덩이가 석 대표의 능숙한 손놀림에 어느새 호미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세요. 양쪽 날 두께가 다르죠? 양쪽의 쓰임새가 다르거든요. 한쪽은 얇고, 반대쪽은 제법 두꺼워요. 메질의 강도와 횟수를 달리해야 이런 모양이 나와요. 그래서 호미는 대량으로 만들기가 어려워요.”

얇은 날로는 잡초를 베고, 두꺼운 날로는 고랑을 판다. 질긴 잡초를 베려면 날카로워야 하고, 고랑을 파려면 돌과 부딪쳐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야 한다. 두 가지 미덕을 모두 갖춰야 하니 중국산 공장제 호미로는 농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쉽지 않다. 2000년대부터 중국산 호미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수제 호미’의 인기가 시들지 않는 이유다.

영주대장간 수제 호미의 인기는 세계적이다. 텃밭 가꾸기에 더할 나위 없는 도구라는 입소문이 퍼져 나가면서다. 서양에서 흔히 쓰는 꽃삽은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이 ‘써 본 사람’들의 후기다. 입소문을 타고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도 입점했다. 국내가보다 네 배나 더 비싼 23달러에 파는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It is a must-have(이건 반드시 사야해)” “Well made, sturdy, and easy to use(잘 만들었고, 튼튼하며, 사용하기 편하다)” 등 상품평들이 주를 이룬다. 2019년 한 해 아마존 원예 부문 상품 ‘톱10’에 오르기도 했다.

석 대표는 2018년 ‘경상북도 최고장인’으로 선정됐다. 이후 호미 손잡이에 ‘최고장인 석노기’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그만큼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우리 호미가 중국산보다는 비쌉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손맛이라고, 중국산 쓰다가 다시 우리 호미 찾는 분이 꽤 됩니다.”

석노기 영주대장간 대표가 메질을 하고 있다. 54년 경력의 대장장이인 석 대표가 하루에 만드는 호미 개수는 60개 남짓이다.
석노기 대표는 2018년 경상북도 최고장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호밋자루에 ‘석노기 최고장인’ 문구가 새겨져 있다.
석노기 대표의 1호 제자 황덕환(28) 씨가 호미 날을 벼리고 있다. 황 씨는 이곳에서 14개월째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석 대표 밑에서 일주일 이상 버틴 사람은 황씨가 처음이라고 한다.
영주대장간 호미의 원재료는 화물차의 판스프링이다. 화살표 모양으로 재단한 뒤 수백 번 메질해야 호미가 된다.
호미 날이 안쪽으로 절묘하게 휘어져 있다. 사용자가 손목을 구부리지 않고 적은 힘으로도 땅을 일굴 수 있는 비결이다.
대장간을 찾은 한 손님이 식칼 11자루를 사고 있다. 이 손님은 “여기 칼 아니면 안 된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영주대장간은 중앙선 철길 옆 공터에서 44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사진·글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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