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국제춤마켓 예술감독 신은주









안무가이자 부산국제춤마켓(BIDAM) 예술감독 신은주(53)는 지역의 대표적 춤꾼이다. 보는 이들을 전율케 하는 춤 내공을 기본으로 지역을 넘어 해마다 세계 각국의 무용수들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춤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해 왔다. 한데 안타깝게도 2010년부터 운영해오던 지역 유일의 춤 전용 극장이자 예술가들이 머물며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레지던시 공간인 ‘부산춤공간SHIN’(부산 동구 범일동·이하 SHIN)이 지난 12일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계약 연장이 잘 안 됐고, 코로나19 영향도 있었다.

10년간의 범일동 시대는 접었지만, 창작 스튜디오와 사무실은 수영구 민락동의 한 건물(2, 3층)로 이전해 활동을 이어간다. SHIN에 비해 전용 극장도 없고, 공간도 크게 줄었다. 그렇지만, 연습실과 작은 레지던시를 갖춘 옹골찬 45평 남짓 공간이다. 3층 연습실 아래층엔 같은 규모의 사무실 공간도 갖췄다. 이사한 공간에서 신 감독을 만났다.

10년간의 범일동 시대 접고

민락동으로 스튜디오 이전

3년 후엔 전용극장 갖출 계획

11년째 지속한 춤마켓 ‘성과’

젊은 친구들 ‘교두보’ 될 것

-SHIN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현재 심정은?

“2007년 문을 연 춤 창작 공간 ‘S스튜디오’는 무대 작업과 관객과의 소통에 주력했다. 이후 SHIN을 개원하면서 국제교류와 예술을 창조해 내고 이를 유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부산국제춤마켓(이하 춤마켓)이 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신은주무용단과 춤마켓조직위원회가 매년 개최하는 BIDAM은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이제는 뭔가 다르고 발전적인 가능성을 탐구할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정을 얘기하면서 의외로 덤덤했다)전용극장이 없어 좀 섭섭하다. 하지만, SHIN이란 이름은 계속될 거고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간다는 측면에선 나쁘지 않다. 그리고 3년 후엔 전용 극장을 갖춘 SHIN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10년 SHIN’의 최대 성과를 말한다면. 그리고 감사한 일은?

“SHIN을 활용한 레지던시 사업은 오랜 기간 운영해 전 세계 여러 예술가와 지역예술인들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또 지역민에게는 예술 체험의 장을 제공해왔다. 이외에도 여러 활동이 있었지만, 춤마켓을 11년째 이어오고 있고, 기업 메세나를 통해 예술의 가치를 창출해 낸 것도 큰 성과다. SHIN은 혼자 이룬 게 아니다. 많은 도움이 있었다. 특히 이런 활동을 할 수 있게 다양한 공간을 제공해 준 동래폴리어학원, (주)리크린폼, (주)대창솔루션 3곳 기업의 메세나 후원이 컸다.”

-아쉬움은 없는지?

“극장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더 많은 공연을 유치하고, 지역 예술가들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사 온 곳은 레지던시 공간이 부족해 보이던데?

“범일동 SHIN에는 레지던시를 통한 공동 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레지던시 공간이 예전처럼 절실한 것은 아니지만, 이사 온 이곳은 레지던시 공간이 작아 조금 아쉽다. 그래서 춤마켓조직위원회 사무국과 함께 온라인 시대에 맞는 다양한 방식을 연구·시도하고 있다.”

-춤마켓은 영향을 받지 않는지?

“당장 공간 문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동안 춤마켓은 소극장 하나, 중극장 둘, 대극장 하나, 이렇게 4개 공연장을 활용해 왔다. SHIN이 소극장 역할을 맡아왔는데, 다른 소극장을 찾으면 된다.”

-춤마켓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 춤 교류를 하고 있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나?

“우리 춤에 대한 사랑이 국제 교류의 원동력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러시아, 헝가리, 타이완, 중남미 등 여러 국가 춤꾼들과 교류했고 교류하고 있다. 생각이나 문화, 역사가 다른 국가, 또는 예술인들과의 접촉은 내게 많은 창조적 영감을 준다. 때론 잃어버린 것을 다시 기억나게 한다. 국제 교류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탐구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시대는 때론 우리가 의도하지 않게 흘러가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 시대 변화다. 시대적 상황에 대비해 온라인이 주는 긍정적 부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춤이라는 예술이 온라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어떤 게 최적의 방안인지 끊임없이 연구할 것이다. 더하여 춤마켓을 더 키워나가고 부산을 국제적인 춤 메카이자 센터로 만들고 싶다.”

춤 자체가 삶의 기쁨이라는 신 감독은 인터뷰 중 특히 젊은 친구들의 활동을 지켜봐 주고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비록 공연예술 쪽 상황이 많이 열악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제 몫을 할 거라 믿습니다. 저는 그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제 몫을 다 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할 거고요.”

글·사진=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 네이버에서 부산일보 구독하기 클릭!
▶ '터치 부산' 앱 출시, 부산일보 지면을 내 손 안에!
▶ 부산일보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