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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당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이동하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이준석 당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으로 리더십 혼란이 가중된 국민의힘이 11일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당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대표 측의 윤리위원회 불복 주장과 친윤(親윤석열)계에서 나온 이 대표 즉각사퇴론을 모두 봉합하고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 윤석열 정부와의 국정 발 맞추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시 봉합에 그친 수준이어서 여권 내 갈등이 언제, 얼마든지 터져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국민의힘은 11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개최, 2시간 가까이 논의한 결과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하고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된 결의문을 통해 "최근 발생한 당내 갈등을 두고 국민들은 불안감까지 느끼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우리의 민생은 경제위기의 퍼펙트스톰에 휩쓸려 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계신다"고 밝혔다.의원들은 "국민 여러분께선 위기의 대한민국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기회를 주셨다. 이는 국민을 편 가르지 않고 오직 공정과 상식이라는 기준으로 모두를 통합해, 위기를 극복하라는 준엄한 명령이기도 했다"며 "이 국민의 기대감에 지금까지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집권 초기 여당 내홍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이어 "세계적인 경제 위기, 끝이 나지 않고 변이를 이어가는 코로나19 보건 위기 그리고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 등 안보 위기까지 위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국민의힘은 책임을 어디에도 전가할 수 없다. 집권 여당의 책임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국민의힘이 비상한 시기 모든 국민의 기대감과 불안감에 답해야 한다. 이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원은 '약속과 책임'을 위해 다음과 같이 엄숙히 결의한다"고 했다.결의 내용으로 이들은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당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의힘의 위기 극복을 위해 당력을 하나로 모으겠다"며 "대한민국의 위기 극복이라는 하나의 큰 목소리가 국민께 들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정부의 국정 추진에 최선을 다해 함께 하겠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하나"라며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갈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위해 야당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앞줄 오른쪽)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국민의힘은 이처럼 대내·외 위기요인과 윤석열 정부 지원을 대표 직무대행 체제의 명분으로 삼았고, 사전에 초선·재선·중진의원 다수의견도 모았다. 다만 권 원내대표가 선수(先手)를 잡은 결과일뿐 만장일치에 이른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당 기획조정국에서 법률전문가 조언을 받고 축적 관례를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당원권 정지는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닌 '사고'로 임시 전당대회를 할 방법이 없다. 이런 견해에 대해 최고위원회도 동의했다"며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선당후사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앞서 지난 8일 윤리위가 이 대표의 '성접대 증거인멸교사 의혹' 징계 결정을 내린 지 약 반나절 만에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체제를 선언하며, 윤리위 징계 보류·취소 처분 등을 시사한 이 대표에 대해 이미 징계효력이 발생해 최고위 소집 권한이 없다고 철벽을 쳤다.그러나 이 대표에 대해 대표직 '궐위' 상태로 간주하지 않으며 최장 6개월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차기 전당대회를 열 수 있는 요건은 이 대표의 자진사퇴 또는 지도부 총사퇴로 인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밖에 없게 된 것인데,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 사퇴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이에 친윤계 일각 강성파 의원들 사이에서 이 대표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거나 조기 전대를 요구하면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의총에 앞서 개최된 3선 이상 중진 의원 간담회에서도 일단 다수의견으로 권성동 직대체제가 추인됐지만, 즉각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표출됐다.지난해 당 대표 경선 당시 사실상 이 대표의 우군(友軍) 역할을 했던 5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 대표가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고, 4선의 홍문표 의원도 이 대표의 거취 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차기 당권 후보군 중에선 안철수 의원만이 직대체제를 긍정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전날(10일)부터 직대체제를 '임기응변, 실험'에 빗대며 반대해왔으며, 이날 의총에 참석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권 원내대표와 함께 친윤계 핵심으로 꼽혀온 장제원 의원은 중진 모임과 의총 모두 불참했다.비대위 등을 거쳐 당헌·당규를 고치지 않는 한 차기 당 대표는 정식 선출되더라도 현재 1년 미만인 이 대표의 잔여 임기밖에 직을 수행할 수 없으며, 2024년 차기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 중량급 주자들로선 출마할 유인이 떨어진다. 권성동 직대체제 유지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반면 친윤 핵심이자 잠재적 당권주자로도 분류돼왔으나, 원내대표 임기 1년 중 3개월여밖에 채우지 못한 권 원내대표로선 일정 기간 대표 직무대행 역할을 하고 나면 차기 당권 정식 도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이 대표로선 윤리위 결정과 직대체제에 승복함으로써 당분간 사퇴 압력을 차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측의 하태경 의원은 중진 모임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는 안 된다고 하지 않나"라며 "사퇴 압박을 하면 오히려 당내 분란만 더 커지니까 쓸데 없는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다"고 전했다.권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 해석에 따라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재강조하면서 "그 과정에서 비대위 구성이라든가 임시 전대 개최 등을 주장한 의원들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소수의 목소리에 그쳤다"며 조기 전대론을 일축했다.이에 따라 이 대표는 6개월 뒤 당원권이 회복되면 당대표 직에 복귀할 길이 열렸으나, 당내 마찰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 인사들은 성접대 의혹 폭로 배후에 친윤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나서고 있고, 강성 친윤계에서의 이 대표 즉각 사퇴론도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