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1분기 호실적 발표사진=뉴시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카드사와 보험사도 속속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며 이자 수익과 투자 수익이 늘고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25% 증가했다.KB국민은행이 전년 1분기보다 14.3% 증가한 95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뒤를 이어 신한은행이 같은 기간 934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한 수치다.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1분기 영업이익도 각각 7733억원, 756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곳 모두 전년 대비 각각 10.7%, 4.9% 증가했다.NH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656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보다 25% 증가했고, 인터넷은행으로 대표되는 카카오뱅크의 영업이익은 540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193%나 늘어났다.시중은행들의 실적 개선은 이자수익 증가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실적 악재로 작용했던 충당금 적립액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급락했던 증시가 반등하면서 외환·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증가한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당초 우려와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대출원금, 이자상환 유예조치 금융지원프로그램이 자산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주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대부분도 두 자릿수(%)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했다.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전년 대비 256% 폭증한 1조334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이 영업이익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지만, 견조한 영업 실적도 더해진 결과다.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338% 증가한 4367억원으로 집계됐다.미래에셋생명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1.7% 감소한 25억원으로 집계되면서 보험사 중 흔치 않게 하락세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판매 자회사 분리비용과 변액보험 일시납 상품의 사업비 수령 방식 변경 등 일회성 비용이 368억원 발생해 이익이 많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손해보험사도 호실적을 거뒀다. 삼성화재의 1분기 영업이익은 59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6% 증가했고, DB손해보험도 49% 늘었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의 영업이익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3.1%, 16.5% 증가했다.보험사의 실적 배경으로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변액보증금 환입과 투자 이익, ‘1200% 룰’ 등 판매수수료 규제에 따른 사업비율 하락, 자동차사고와 병의원 이용량 감소 등이다. 삼성생명·화재는 삼성전자 특별배당의 덕을 크게 봤다.카드업계 역시 비대면 상거래 증가와 소비심리 회복 덕분에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1분기 영업이익은 2275억원으로 38.4%나 늘었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68.4%, 23.1% 증가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48%, 143% 급증했다.이 같은 카드업계 실적 개선은 자동차와 가구 같은 내구재 소비가 늘고,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 매출이 증가하는 등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비대면 소비로 마케팅비는 감소한 영향이다.하지만 금융권은 실적 개선에도 드러내놓고 웃지는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계 경제가 아직 어려운데, 금융권이 지나치게 돈을 많이 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실적이 좋은 보험사가 보험료만 올리려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정치권에선 집값 상승의 화살을 금융권으로 돌리기도 한다. 카드사들은 결제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질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1분기 실적은 고가품과 내구재 소비가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보복성 소비가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수수료 인하의 근거가 될까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