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 사랑’의 SNS에 올라온 게시물에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이 공개돼 있다. [김건희 팬클럽 SNS 캡처]대외비에 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24일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을 통해 알려지자 대통령실이 발칵 뒤집혔다. 이날 오전 ‘건희사랑’ 페이스북엔 한 사용자가 “공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26일 12시 방문입니다. 많은 참석, 홍보 부탁드립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통상 대통령의 일정은 행사 시작 전까지 경호 목적상 출입기자단에도 ‘엠바고(보도 유예)’에 부쳐진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의 구체적 동선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 일종의 보안사고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거듭 죄송하다. 이 같은 일이 재차 벌어지지 않도록 더욱 긴장하면서 살피겠다”고 했다. 이어 “경호처를 통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해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 여사와 팬클럽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과거 보도를 통해 본 적이 있다”며 김 여사와의 관련성은 부인했다. 지난달 김 여사가 주변 지인들에게 ‘건희사랑’ 회장을 맡았던 강신업 변호사와 관련해 “저와 전혀 교류하지 않고 제 의사와도 무관하다”고 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일정 유출 경로 중 하나로 관련 행사를 준비했던 국민의힘 대구광역시당과 소속 당원을 거론했다. 당에서 윤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을 준비하며 일부 당원에게 일정이 알려졌고, 그 결과 ‘건희사랑’에 알림 글이 올랐을 수 있다는 취지다. 경호처에선 유출 경로에 관한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겠단 입장이다. 야당은 ‘비선’과 ‘국정농단’까지 거론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과거 ‘건희사랑’을 통해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집무실 사진이 먼저 공개돼 벌어진 논란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국기문란 사고”라며 “대통령 내외의 일정은 누가 관리하고 정책은 어디서 결정되나. 밀실에서 비선 몇몇에 의해 국정이 농단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얼마 전까지 이상한 사람이 영부인 팬카페 회장이라면서 정치권에 온갖 훈수까지 하더니 이제 대통령의 동선까지 미리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짓들도 한다”며 “나라를 더욱 어렵게 하는 팬클럽은 이제 그만 해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 여사는 지난 8일 집중호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해가 큰 지역을 돌며 피해 주민들을 만나고 봉사활동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도를 낼 목적이 아닌 비공개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