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철도차량 업체가 국내 고속철도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철도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코레일[데일리안 = 배수람 기자] 스페인 철도차량 업체가 국내 고속철도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철도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1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이르면 오는 7일께 오송선 'EMU-320' 고속차량 120량 등 총 136량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입찰 공고를 할 예정이다.스페인 철도차량 업체인 '탈코'는 국내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당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탈고가 입찰에 참여하면 2005년 이후 17년 만에 국내 고속철도 시장에서 국내-해외 업체 간 수주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코레일이 이번에 입찰하는 오송선 고속차량은 동력분산식으로 동력 장치가 차량 아래쪽에 분산 배치돼 가·감속 성능 및 수송력이 동력집중식 대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유일한 고속철도차량 제작 업체인 현대로템은 국가 정책지원을 받아 동력분산식 KTX-이음을 제작·납품한 이력이 있다.반면 탈고는 동력집중식 고속열차 전문 업체로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제작·납품한 실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이 없어지면서 이번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셈이다.코레일은 2020년까지 고속차량 발주 시 시속 250~300km 이상 최고 속력을 내는 고속차량 제작·납품 실적이 있는 업체만 입찰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이 같은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최저가 낙찰제에 따라 코레일은 기술평가 합·불합격 심사를 거친 뒤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최종 사업자로 선정하게 된다.동력분산식 제작·납품 경험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탈고는 이번 입찰에서 응찰가를 최대한 낮추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철도업계에선 해외 업체의 국내 시장 진입 문턱이 낮은 탓에 국내 철도시장 생태계가 위험해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국내에선 1996년 국가 선도기술개발사업협의회에서 처음 고속차량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최고 시속 350km급 고속차량 동력 시스템 등 71개 관련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한국형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개발 및 기술 안정화 단계에 투입된 민관 투자액은 2조7000억원에 이른다.경쟁 입찰이 성립되면 그간 현대로템이 독점하던 고속철도 시장 경쟁이 활발해질 거란 기대보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개발·육성한 국내 철도산업이 해외 업체의 저가 수주전략에 치명타를 입을 거란 우려가 더 큰 이유다.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개발한 국가 기술을 보호하기는커녕 최저가 낙찰제로 배척하는 셈"이라며 "국내 업체 수주량 감소와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줄면 해외 업체들이 국내 고속철도 시장을 장악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철도차량 부품사들은 코레일에 철도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호소문을 보낼 예정이다.한 부품사 관계자는 "저가의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서 단가를 낮추면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향후 부품에서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며 "국내 부품을 몇 % 이상 사용하라는 규정조차 없어 부품사들은 기댈 곳이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