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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 데릭 포르주르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1층과 3층 사이, 격차는 크고 깊었다. 2일 오후 2시 서울 강남 코엑스 전관에서 일제히 개막한 세계적인 미술품 장터(아트페어) 기획사 프리즈의 첫 한국 행사인 ‘프리즈 서울’과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터인 제21회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서울)는 첫날 분명하게 성패가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프리즈와 한국화랑협회가 공동 주최한 행사라지만, 개막 첫날 우량고객(VIP)에게만 부스 전시장을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된 두 장터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3층 C·D홀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은 고대 유물부터 근현대, 동시대 국내외 미술 대가들에 이르기까지 뮤지엄을 방불하게 하는 명작들의 잔치판이었다. 국내외 큰손들과 유명 인사들도 북적거리며 구매상담과 거래가 활기를 띠었다. 반면 1층 A·B홀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은 지난해에 견줘 눈에 띄게 관람 열기가 가라앉고, 작품을 사려는 이들 또한 많지 않았다는 전언들이 흘러나왔다. 미술계에서 우려했던 대로 두 페어의 물량과 콘텐츠 격차가 두드러졌고, 사실상 키아프 서울이 위성 장터로서의 구실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 사이먼 스탈링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 데릭 포르주르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프리즈 서울에는 21개국 갤러리 110곳이 부스를 차렸다. 미술사 주요 작가와 최고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들이 곳곳에 줄줄이 내걸리거나 설치됐다. 세계 굴지의 정상급 화랑으로 꼽히는 가고시안은 국내 페어에 처음 부스를 차려 백남준의 로봇과 데미안 허스트의 알약 오브제 작품들을 냈다. 명문 화랑 카스텔리는 리히텐슈타인의 거울 페인팅 팝아트 작품을 내걸었다. 일류 갤러리로 꼽히는 데이비드위즈너, 에스더쉬퍼, 화이트큐브, 글래드스톤, 페로탕, 타데우스 로팍, 페이스갤러리, 리만머핀 등도 대표작들을 들고 왔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전시장 앞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3층에서 5일까지 열린다. 연합뉴스갤러리 18곳이 참여하는 안쪽의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에서는 근현대 미술사의 거장들이 포함된 뮤지엄 수준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애콰벨라 갤러리즈는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장 미셸 바스키아, 알베르토 자코메티, 키스 해링, 엘즈워스 켈리, 윌리엄 드 쿠닝, 앙리 마티스, 피에트 몬드리안,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의 명작들을 대거 전시해 마치 박물관 회랑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영국 런던에서 온 리차드 나기 갤러리는 20세기 초 클림트의 제자였던 에곤 실레의 소녀와 여인 누드 드로잉과 채색화를 다수 들고 와 관객들의 시선을 빨아들였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드로잉 작품을 독특하게 배치한 카앤리 주다 파인 아트의 부스도 인상적이었다. 아쿠아벨라 갤러리는 장터의 최고가(약 600억원) 작품인 파블로 피카소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을 내놓아 눈길을 모았다. 전시장엔 국내외 미술관과 갤러리의 기획자와 딜러 들은 물론 큰손 컬렉터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인산인해를 이뤘고, 곳곳에서 한국어로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카스텔리 갤러리가 출품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프로필 헤드’. ‘프리즈 서울’ 제공



리처드 내기 갤러리가 선보인 에곤 실레 작품. ‘프리즈 서울’ 제공1층 키아프 서울에는 17개 국가의 갤러리 164곳이 부스를 차려 참여했으나 곳곳이 휑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물론 부스의 높이가 높아지고 간격도 널찍하게 떼어놓아 전시 환경은 쾌적해졌다. 메이저 화랑 가운데 가나아트는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을, 갤러리현대는 전위예술가 이건용의 작품들을 출품한 것이 눈에 띄었다. 외국 갤러리들도 다수 참여했다. 에스더쉬퍼 갤러리는 슬로바키아 개념 예술가 로만 온닥의 작품을, 보따리 연작으로 유명한 개념 미술가 김수자 작가는 악셀베르포트 갤러리와 솔로 전시를 차려놓았다. 안네 모세리-말리오 갤러리 부스에서는 유명한 일본 예술가 미노루 오노다를, 탕 컨템포러리 아트 부스에서는 중국 현대미술 거장 아이웨이웨이를 볼 수 있었다. 세계적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와 안토니 곰리의 작품을 출품한 갤러리 컨티누아의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현장을 지킨 화상들은 관객들의 반응이 오픈런을 이루며 쇄도했던 지난해에 견줘 눈에 띄게 약해졌고, 거래도 활기가 넘쳤던 전년도 첫날에 견줘 거의 성사되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피카소 작품. ‘프리즈 서울’ 제공처음 열리는 프리즈 서울에 전세계 110개 화랑·키아프 서울에 164개 화랑 등 합쳐 274개의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참여했다. 세계 미술 시장을 주름잡는 컬렉터와 명사 들도 서울로 모여들었다. 코엑스 전관에서 열리는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 양재동 세텍 전관에서 개최되는 키아프 플러스까지 포함하면 약 350개 이상의 갤러리가 동시에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아트페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첫날부터 두 페어의 작품과 관객 동원 수준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여 이런 양상이 행사 끝물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리안갤러리가 선보인 이건용의 작품 ‘Bodyscape 76-1-2022'. ‘키아프 서울’ 제공



‘프리즈 서울’ 전시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 노형석 기자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등지에 분산해 아트페어를 여는 프리즈는 결산액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미술계에서는 출품작들을 토대로 거래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키아프는 지난해 매출 650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지난해의 3배인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번 장터의 일반 관람은 3일부터 시작한다.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3층에서 5일까지, 키아프 서울은 1층에서 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