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바루크의 자서전 'My Own Story' 표지/사진=인터넷세계 금융의 중심가인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세계 정치의 1번지 워싱턴 D.C.를 모두 정복한 유대인이 있다. 바로 금융가이자 정치가인 버나드 바루크(Bernard Baruch·1870~1965)이다. 1870년 독일계 유대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버나드 바루크는 19살때 월가에서 주급 3달러를 받는 사환으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33살 때 자신의 브로커리지 회사를 만들고 '월가의 고독한 늑대'로 불렸다. 대형 금융사에 합류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1910년 무렵 바루크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유명한 금융가 중 한 사람이 됐으며 현실 정치에도 참여했다. 바루크는 1차 세계 대전 중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을 보좌하며 전시(戰時) 산업회의 의장을 역임했으며 2차 세계대전 때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도와 전시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냉전'(Cold war)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도 바루크다. 바루크는 인간의 본성이 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걸 깨닫고 주식시장에서 큰 돈을 벌었다. 투기자에서 투자자로 성장하며 딜 메이커, 자선가, 대통령 정책 고문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바루크의 투자이야기를 들어보자. ━미국-스페인 전쟁, 런던에서 사서 뉴욕에서 팔아라 ━



젊은 시절의 바루크/사진=바루크 칼리지 아카이브바루크는 19살 때 월가에 있는 줄리어스 A. 콘이라는 작은 증권사에서 사환으로 일하면서 차익거래, 외환투자, 구조조정, 투기를 배웠다. 25살 때 A.A.하우스만 & 컴퍼니의 파트너가 된 바루크는 1898년 발발한 미국-스페인전쟁에서 차익거래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린다. 1898년 7월 3일 일요일 저녁 바루크는 상사로부터 스페인 함대가 산티아고 인근에서 침몰했다는 루머를 전달받는다. 만약 사실이라면 양국간의 전쟁이 빨리 끝날 수 있는 신호였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뉴욕 증시가 휴장했기 때문에 바루크는 런던증시에서 거래되는 미국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했고 다음날 뉴욕증시가 개장하자마자 폭등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바루크는 이날의 차익거래를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군이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수익을 올린 네이선 로스차일드의 투자와 비교하기도 했다.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말이다. 바로 전해인 1897년 바루크는 아메리칸 설탕 정제회사(American Sugar Refining)의 주식 100주를 신용거래로 매수해서 인생 처음 큰 성공을 맛보기도 했다. 바루크가 처음으로 회사를 연구해서 자신의 결론에 이른 투자였다.━미 의회의 설탕 관세 유지에 베팅━아메리칸 설탕 정제회사는 설탕에 대한 수입관세 때문에 미국 설탕 생산량의 75%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미 의회는 관세 인하를 논의했는데, 만약 관세가 인하되고 값싼 수입 설탕이 쏟아지면 아메리칸 설탕 정제회사 주가는 급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루크는 의원들이 사탕무 재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고 베팅은 적중했다. 바루크는 상승하는 주식을 계속 추가 매수하면서 단숨에 6만 달러라는 거금을 벌었다. 이 수익으로 뉴욕증권거래소의 회원 자격을 1만9000달러에 샀고 몇 년 후 동생에게 넘겨줬다. 위의 일화처럼 바루크는 투기와 투자를 엄밀히 구분하지 않았으며 투자 초기에는 지나친 레버리지 사용으로 몇 번이나 빈털터리가 되기도 했다. 투기에 대한 바루크의 정의는 뭘까. 그는 투기자(speculator)를 미래를 관찰하고 그것이 발생하기 전에 행동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또한 투기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첫째, 반드시 상황이나 문제의 팩트를 파악해야 한다. 둘째, 팩트들이 나타내는 징조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셋째, 반드시 너무 늦지 않게 적시에 행동해야 한다. 바루크는 사람들이 어떤 현상에 대해 영리하게 심지어 정말 훌륭하게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지만, 그들이 자신의 판단에 의존해 행동해야 할 때면 무력해지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바루크의 10가지 투자 조언━바루크는 투기를 피하지 않았지만, 점차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현명하게 투자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바루크가 내놓은 10가지 투자 조언이다.1. 전업으로 할 수 없다면 투기하지 마라.2. 이발사, 미용사, 웨이터 또는 누군가 가져오는 내부 정보나 팁을 조심하라.3. 주식을 사기 전에 경영진, 경쟁업체, 이익, 성장가능성 등 회사에 관한 모든 것을 찾아봐라. 4. 바닥에서 사고 꼭지에서 팔려고 하지 마라. 오직 거짓말쟁이만 할 수 있는 일이다. 5. 손실을 빠르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법을 배워라. 항상 맞기를 기대하지 마라. 만약 실수했다면 최대한 빨리 손절매하라.6. 너무 많은 주식을 매수하지 마라. 지켜볼 수 있을 정도로 몇 개의 주식만 투자하는 게 좋다.7. 달라진 주변 환경이 주식의 전망을 바꾸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주식에 대한 주기적인 재평가를 실시해라.8. 과세상황을 파악해, 언제 팔아야 세금이 최소화되는지 알아내라.9. 항상 자본의 일정 비중은 현금으로 보유하라. 절대 모든 자금을 투자하지 마라.10. 만물박사가 되려 하지 마라. 가장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하라.10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지만, 지금도 모두 맞는 말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바루크의 정의도 인상적이다. ▶"주식시장의 변동을 야기하는 것은 이벤트 그 자체가 아니라, 이벤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쉽게 말해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 일이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바로 사람들의 수준이 주식시장을 드라마틱한 무대로 만드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의 상충하는 판단, 희망, 공포, 강함, 나약함, 탐욕과 이상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