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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뭐 있었던 듯 한선은 에게 덜컥2025년 봄, 산티아고 길을 걸었습니다. 산티아고 길은 열풍을 넘어 '산티아고 현상'이 되었음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김상희 기자]
나는 드라마의 마지막 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웰 메이드 드라마라 하더라도 마지막 편에서 명장면 명대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의외로 끝은 평범하다 못해 시시한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이 주는 무게감이란 그런 것이다.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a)가 다가오자 순례길의 끝을 맺는 방식도 순례자마다 달랐다. 내 친구는 곧 걷기가 끝나서 좋다고 했다. 그녀는 산티아고 도착을 '40일간의 걷기 미션의 완료와 환희'로 받아들였다. 한편 독일 하노버에서 온 순례자 디딤돌 최상위수학 는 완주를 앞두니 아쉽다고 했다. 산티아고 이후 예정에도 없던 묵시아까지 며칠을 더 걸을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나는 후자 쪽이었다. 산티아고에 빨리 가고 싶은 게 아니라 도착을 늦추고 싶었다. 그래서 산티아고 입성하는 날은 최대한 천천히, 발걸음을 아끼면서 걷기로 했다. 또 완벽히 혼자 걷기로 했다.
개인대부업체 그렇게 6월 3일 산티아고로 입성했다. 대성당 앞의 오브라도이로 광장(Plaza Obradoiro)에 배낭을 젖히고 앉았다. 막 도착한 순례자들을 관찰하며 그 속에서 나의 감정을 투영해 보았다. 기쁨과 감격, 그간의 고통과 육체적 힘듦, 온갖 회한의 감정이 일시에 올라오는 듯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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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앞에서
제2금융권대출조회 ⓒ 김상희
산티아고 길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
'산티아고 광야에서 보낸 40일의 낮과 밤'은 은퇴 후 내가 속한 세계로부터 가장 길게 격리된 시간이었다. 예수의 고난의 기간과 '감히 부산 bifc ' 겹친다. 애초에 딱히 정리할 고민도, 내 인생의 새로운 방향을 찾겠다는 목표점 없이, 친구 따라 산티아고까지 갔다. 비종교적 순례자 나는 카미노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 40일의 길 위에서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 김상희
첫째, 내 몸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내 몸을 혹사시킬지 모르는 장거리 걷기 미션에 내 몸을 던져 넣었는데 다행히도 끝까지 멀쩡한 몸으로 살아남았다. 대학생 때 국토 종주했던 아들로부터 폭풍 칭찬을 들었다. '나? 환갑에 국제 공인 걷기 완주증 받은 사람이야!'
▲ 순례자 여권. 순례길에서 들렀던 숙소와 바에서 스탬프를 받는다. 완주증 받기 위해 제시해야 한다.
ⓒ 김상희
둘째, 나는 포맷되었다.
내 몸에 오롯이 집중하는 동안 내 속의 잡념과 타인과의 관계망을 끊어낼 수 있었다. 단절이 주는 정화 효과다. 나는 이제 포맷 상태, 리셋하면 된다. 새로 생각하고 새로 관계 맺어 보자.
마지막으로, 의외로 행복은 단순한 데 있음을 알았다.
땀 흘린 후의 샤워와 시원한 맥주, 길에서 먹는 복숭아 한 알, 뽀송뽀송한 신발, 지친 몸 누일 매트 한 장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했다.
▲ 마른 빵과 과일 한 조각으로도 행복했던 길 위의 점심
ⓒ 김상희
한편 후회도 있다. 그래서 이 길을 떠나려는 후배(後配)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딱 한 마디다.
"천천히 걸으라. 기왕이면 빨간색 옷을 입고!"
나는 4명이 팀이 되어 걷느라 내 속도를 잃었다. 너무 빨리 걸었다. 하루치를 걸어내고 나면 지쳐 쓰러졌고 겨우 양말 빨고 자느라 바빴다. 타인의 속도로 걸으니 길에서의 느낌과 생각이 내 속에 고일 새가 없었다. 매일 일기를 쓰고 그날 걸어온 길을 반추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빨간색은 초록의 보색. 산티아고 길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색이다. 길 잘못 들면 뒤에서 나를 불러 세워주기도 좋고, 달리는 차로부터도 보호해 준다. 나도 모르게 남의 사진에 근사한 모델이 된다. 빨간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기부가 된다.
▲ 빨간 옷은 훌륭한 모델이 된다.
ⓒ 김상희
산티아고를 떠난 지 며칠 후 일본인 타쿠미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산티아고 광장에서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귀국 인사까지 나눈 그였다. 그는 산티아고에 나보다 4일이나 늦게 도착했다.
▲ 사아군에서 본 순례자 벽화
ⓒ 김상희
그는 프랑스 르퓌부터 500km를 걷고 연달아 800km를 걷는 중이라고 해서 주변 순례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루 20킬로 내외로 걷는다고 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걷는 그가 감동적이었다.
그가 인사를 보내왔다. "언젠가 일본이나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요!"나도 회신했다. "언젠가 일본과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요!"
적고 보니 빠트렸다. 카미노에서 얻은 것, 최고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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