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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현이 막 뜨기 시작했을 때 했던 솔직함이 드러나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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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훈 작성일18-09-12 01:04 조회3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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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는 밝은 모습을 극대화하여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면, 연기는 제가 맡은 캐릭터에 사람들이 동화되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지고지순하고 착한 역을 주로 맡았는데, <해적>의 손예진 선배처럼 리더십 있는 여장부 역도 해보고 싶어요.”

“친언니랑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눠요. 특별한 조언이나 해결책을 얻고 싶어서가 아니라, 언니는 누구보다 저를 잘 알아서 얘기만 해도 큰 힘이 돼요. 부모님에게는 걱정거리를 털어놓지 않아요. 제가 걱정을 끼치지 않아도 늘 알아서 걱정하고 계시다는 걸 잘 알거든요.”

설현 씨가 커버 걸로 선정됐다는 말을 주변에 전했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단 한 마디도 없었어요. 그럴 만하다고 수긍하는 분위기였죠.
어릴 때부터 커버 걸을 동경했어요. 화보 촬영도 재미있지만 커버 걸은 그보다 더 큰, 꿈같은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패션 에디터인 친언니의 영향도 있고요. 예상보다 기회가 빨리 와서 정말 기쁘지만, 쎄씨 커버를 장식했던 분들이 모두 쟁쟁한 선배님이어서 부담이 되기도 해요.

올해 초부터 서서히 불기 시작한 인기 열풍을 실감하나요?
인기보다 관심을 실감하고 있어요. 평소 모니터 왕이거든요.(웃음) 저에 관한 글을 하나하나 다 보고 댓글도 빠짐없이 읽어요. 굳이 찾지 않아도 포털사이트 메인이나 인기 검색어에 올라와 있는 걸 볼 때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고 느꼈어요.

가수로서 무대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예요?
유달리 집중해서 공연을 마쳤을 때요. 무대에 서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는 저를 볼 때 가장 기분 좋아요. 주위에서도 다 알아봐요. 예를 들어 ‘날씨 참 좋아요. 분위기 참 좋아요’라는 가사는 정말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노래에 빠져 동작이 얼마나 커지는지 저만 몰라요.

원래 감정이입도 잘하고 감성이 풍부한가요?
밖으로 표현하는 건 서툴렀지만, 내면에 지니고 있는 감성은 풍부한 편이었어요.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았거든요.

어릴 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어요?
초등학생 시절 취미로 춤을 배우면서 가수를 꿈꾸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너무 소심한 성격 탓에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했죠. 연예인이 되겠다 결심하고 부모님께 말씀 드리니 두 분 모두 반대하셨어요. 연예인을 꿈꾸는 줄도 모르셨고, 소속사 계약서를 가지고 오니까 그제야 당황하셨죠.(웃음) 연예인은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인데, 내성적인 제 성격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을 거라 걱정하셨어요. 하고 싶은 건 다 하게 허락하시지만 진지하게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으셨어요.

설득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아니요. 우리 집은 무엇이든 네가 선택하고 책임도 너의 몫이라는 주의거든요. 만약 제 선택을 후회해도 엄마는 저를 믿어준 거니까 탓할 수도 없어요.

왜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보아, 원더걸스, 소녀시대 선배들의 무대가 멋있고, 따라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너무 소심해 부모님 앞에서만 춤을 추고,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겨도 땅만 봤어요. 주목받는 게 익숙지 않은 성격이었어요.

오늘은 수십 명이 설현 씨만 보고 있었는데요
지금도 주목받는 게 마냥 설레거나 즐겁지만은 않고, 조금 겁도 나요. 가족,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항상 막내여서 시키는 대로 하고, 주위 의견을 따라가는 입장이었으니까요. 주목을 받으면 그 자리를 이끌어야 할 것만 같아 익숙하지 않은 거죠.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입구 같은 무대다”라는 대사를 했어요. 설현 씨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겠죠?
AOA로 처음 섰던 쇼케이스 데뷔 무대예요.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상상하면서 많이 긴장했어요. 그때만 해도 ‘나는 정말 잘될 거야. 모든 사람이 나를 다 알게 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TV 밖에서 보는 스타들은 다 그렇잖아요 다들 그 모습을 꿈꾸며 시작하지,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며 연습하진 않죠. 잘될 거라 믿고 섰던 첫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AOA는 네 번째 싱글인 ‘흔들려’로 데뷔한 그룹 같고 ‘짧은 치마’로 1위를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마침 설현 씨는 부상으로 아예 활동조차 못했죠. 자리 잡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어요.
그 당시에는 음악 방송도 거의 출연하지 못하고 무대에서 완곡을 해본 적이 없어요, 경험도 없고. 곁에서 사례를 찾아보면 소속사 선배들뿐인데 그들은 남자고 밴드니까 아예 경우가 다를 거라 여겼죠. AOA가 잘 안 되고 있는 줄도 몰랐고 다른 그룹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어요. 주위에서 ‘너희 망했어, 이제 어떡해’라는 얘기를 들으며 깨달았어요. 두 번째 앨범마저 정말 반응이 없으니까 겁이 났어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앨범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데, 섭외도 없고 앨범 제작은 자꾸 연기되니까요. 다행히 공백기에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면서 제가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좌절감을 떨쳐내고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었어’라는 뿌듯함에 촬영장 갈 때마다 즐거웠어요.

꽤 심각하게 받아들였군요.
드라마 촬영이 끝날 즈음 ‘흔들려’ 활동을 시작했는데, 멤버 모두 이 앨범이 정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며 독기를 품었죠. 하지만 전 드라마 출연과 겹쳐 음악 방송은 거의 출연하지 못했어요. 아쉬움이 큰 만큼 가장 좋아하는 앨범도 ‘흔들려’예요. 오랫동안 쉬다 무대에 서는 즐거움이 정말 컸어요. 새벽에 일어나 헤어, 메이크업 받으러 뷰티 숍에 가는 것도 행복했죠. 이에 반해 ‘짧은 치마’는 아직 어리지만,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았어요. 부상 때문에 활동을 못하는데 AOA는 점점 상승세를 타고 있어 마음이 복잡했어요. 1위 후보에 올랐을 때 가장 심난했어요. 그토록 기다리던 1위인데, 사람들은 저 없는 AOA를 기억할 테니까요. 주위에서 장난치듯 ‘너 없이도 잘나가는데 이제 어떡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마음속 깊이 상처로 남았어요.

상처를 받으면 속으로 삭혀요 아님 두고 봐라, 잘되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기나요?
엄청 좌절하고 슬럼프를 겪지만 지나고 나면 오히려 더 단단해져요. 다음 앨범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자는 마음에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고, 연습도 엄청 많이 했어요.

슬럼프를 겪으며 집에서 혼자 TV를 볼 때의 설현과 커버 걸이 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솔직한 심정을 말할까요 그때는 잃을 게 없고 스스로 밑바닥이라고 여겨 목표를 세우고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실패한다 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으니까요.(웃음) 지금은 겁이 나요. 많은 관심과 사랑이 느껴지니까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마음에 걱정도 돼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좋아요.

그토록 꿈꾸던 가수가 됐는데, 데뷔하기 전과 무엇이 가장 달라요?
데뷔 전에는 TV 속에서 항상 행복해 보이는 연예인을 동경했어요. 늘 웃으니까 무대에 서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해서 웃는다고 믿었어요. 그렇게 믿고 시작했는데 무대에선 밝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요즘 마인드컨트롤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데, 저도 부정적인 면은 사람들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분명 걱정 많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사람들이 방송에서 저를 보며 측은해하고 동정심을 갖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제가 연예인을 꿈꿨을 때처럼 설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도록 밝은 기운을 나눠주고 싶어요.

설현 씨도 요즘의 사랑을 계속 가져가고 싶겠죠
이런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요. 주변에서 어차피 관심도 한때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사람이 주목받을 거라 말해요. 분명 기분 좋은 말은 아니지만 나쁠 것도 없어요. 가진 것에 비해 과분하게 받는다 생각하고 모든 걸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이 자리에 오기까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무엇일까요?
부모님요. 항상 엄마한테 배운 가치관이 무척 소중하다는 걸 느껴요. 부모님께 떼를 써도 항상 힘이 돼주시고, 해드린 것도 없는데 뒷바라지에 여념없으세요.

모 통신사 광고라는 대답을 예상한 제가 부끄럽네요. 올해 첫 영화가 개봉했고, AOA는 ‘심쿵해’로 1위를 했으며 설현 씨는 커버 걸까지 됐죠. 스물한 살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어렵네요. (고개를 젖히고 한참 할 말을 고민하다) 살면서 가장 많이 아프고 방황하면서 성장한 시간이었어요. 비록 지금까지 21년밖에 살지 않았지만요. 방황하는 동안 스스로 싫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 시기를 넘기고 나니 오히려 더 많이 성장했어요.

 2015년 쎄씨 11월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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