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안타 도전하는 '지명타자' 박용택 딜레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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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경훈 작성일18-08-16 09:26 조회299회 댓글0건본문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에 가려진 리그 최다 병살타와 낮은 득점권 타율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26일 오지환의 짜릿한 역전 끝내기 3점 홈런과 29일 9회 이천웅의 결승타,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쐐기포에 의한 승리가 있었지만 LG트윈스는 지난 주에도 6경기 동안 2승4패로 부진했다. 후반기 영 힘을 쓰지 못하는 불펜진은 지난 주 21.2이닝 11실점(평균자책점 4.57)으로 다소 나아졌지만 6이닝 1실점을 기록했던 29일을 제외하면 여전히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불안했던 마운드와는 별개로 타선을 지탱하는 두 기둥 김현수와 가르시아의 분전은 상당히 돋보였다. 김현수는 지난 한 주 동안 타율 .346(26타수9안타) 2홈런6타점을 책임지며 거액의 FA 영입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 역시 수비 불안과는 별개로 타석에서는 4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포함해 타율 .407(27타수11안타)3홈런9타점7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반면에 지난 주 2번타자로 2경기, 5번타자로 3경기에 선발 출전했던 박용택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박용택은 지난 주 6경기에서 20타수4안타(타율 .200)에 그쳤고 장타는 2루타 하나 뿐이었다. 특히 LG가 한 주 동안 32점을 뽑아내는 동안 박용택은 6경기에서 단 하나의 타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더욱 큰 문제는 박용택이 수비에서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전문 지명타자'라는 점이다.
▲ 적시타 날리는 박용택 지난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4회말 1사 1, 2루에서 LG 박용택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
ⓒ 연합뉴스 |
전문 지명타자 변신 후 타격 성적 더욱 향상된 '리빙 레전드' 박용택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2년 LG에 입단할 때만 해도 박용택은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외야수였다. 실제로 2004년 LG가 외국인 타자로 전문 좌익수 알 마틴을 영입했을 때는 우익수로 변신해 94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비록 강견은 아니지만 센스 넘치는 수비로 어느 포지션에서나 기본 이상의 수비를 해주는 선수가 바로 박용택이었다.
2009년 '국민우익수' 이진영(KT)을 영입하고 2010년 '적토마' 이병규(LG 타격코치)가 복귀하면서 외야진이 탄탄해진 LG는 타격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박용택을 지명타자로 변신시켰다. 하지만 주전 중견수 이대형(KT)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박용택은 2013년 중견수로 85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그렇게 2015년까지 좌익수와 중견수를 오가며 LG의 외야를 지켰던 박용택은 이병규의 은퇴시즌이었던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전문 지명타자로 활약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지명타자로 변신해 타격에만 전념한 후 박용택의 성적은 더욱 향상됐다. 실제로 박용택은 지명타자로 나선 지난 2년 동안 .340 이상의 타율과 170개 이상의 안타, 두 자리 수 홈런, 90개 이상의 타점, 80개 이상의 득점을 기록하며 LG의 간판타자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12년부터 작년까지 이어온 6년 연속 150안타 기록은 KBO리그 역사에서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영역이었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의 아메리칸리그, 일본 프로야구의 퍼시픽리그처럼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풀타임' 지명타자를 활용하는 구단은 그리 많지 않다. 2010년대 이후로 범위를 좁혀 보면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KBO리그의 지명타자는 홍성흔(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키팀 코치)과 이승엽(KBO 홍보대사), 이호준(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 타격코치), 그리고 선수 생활 말년의 이병규 정도밖에 없었다.
원래 지명타자는 타격에 재능이 있지만 수비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선수나 필드 플레이어로 풀타임을 소화하기엔 체력적인 약점이 있는 노장들을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지명타자는 타격에 특화된 선수에게 풀타임 주전 자리를 보장해 주는 포지션에서 장기 레이스에 지친 필드 플레이어들의 체력을 관리해 주기 위해 유동적으로 쓰이는 일종의 '예비 포지션'으로 변하는 추세다.
수비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박용택, 리그 최다 병살타 불명예
많은 구단들이 '전문 지명타자' 없이 시즌을 운영하는 현재, 수비에 거의 나서지 않는 박용택은 '시대를 역행하는' 선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지간한 필드 플레이어들을 압도하는 성적을 보장하는 박용택은 고정 지명타자로 나갈 '자격'이 충분했다. 그렇게 홀로 '전문 지명타자'의 자존심을 지키던 박용택이 세 번째 FA를 앞둔 올 시즌 심상치 않은 기미를 보이고 있다.
30일까지 박용택은 타율 .298 119안타9홈런54타점67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7월 들어 타율 .239로 주춤하면서 3할 타율이 무너지긴 했지만 박용택이 이미 한국 나이로 불혹이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뛰어나다 못해 경이로운 성적이다. 특히 지난 6월 2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양준혁의 2318안타를 넘어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KBO리그 역사에서 200홈런과 300도루를 동시에 달성한 선수 역시 박용택이 유일하다.
▲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2천319개)을 세운 박용택이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기록 달성 후 가진 기념행사에서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이렇게 LG를 넘어 KBO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박용택이지만 단지 올 시즌 활약만 놓고 보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박용택은 올해 LG가 치른 102경기 중 101경기에 출전했지만 수비에 나선 경기는 단 한 경기뿐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고정 지명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박용택의 성적이 풀타임 지명타자로 중심타선 한 자리를 맡겨도 좋을 만큼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데 있다.
박용택은 올 시즌 300타수를 넘긴 LG타자들 중에서 타율 .4위, 홈런 5위, 타점공동 4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출루율(.359)은 선수 생활 내내 낮은 출루율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유격수 오지환과 같다. 박용택의 득점권 타율은 .271로 리그 전체 43위에 불과하고 병살타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17개를 기록하고 있다. 느려진 주력은 어쩔 수 없다 해도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최고의 교타자 박용택이 올 시즌 최다 병살타의 주인공이라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박용택은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후 자신의 최종목표를 LG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3000안타라고 밝혔다. 박용택이 향후 4~5년 동안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며 매년 150개 정도의 안타를 적립한다면 3000안타도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박용택이 지명타자 자리를 차지하며 매년 여름 지친 후배들을 폭염 속으로 내몬다면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박용택의 3000안타보다 더 멀어질지 모르는 일 아닐까.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047&aid=000219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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