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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스테이지] ‘수제천’ 재해석한 작곡가 최우정









지난달 30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수제천 리사운즈’를 선보인 최우정 서울대 교수. [사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K클래식 시대라고들 한다. 해외 콩쿠르를 휩쓸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가 많아서 한부모가정 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서구 근현대의 유산을 재생산하고 있을 뿐, 한국인의 고유한 관점을 제시하는 창조적 해석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K클래식’이라는 단어가 무색한 이유다.

지난 9월 세종 예술의전당에 이어 지난달 30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ECO&ECHO 콘서트’는 주목할 만한 기획이었 국민은행변동금리 다. 클래식 콘서트로선 드물게 환경을 주제 삼았는데, 최우정 서울대 작곡과 교수에게 위촉한 ‘수제천 리사운즈(resounds)’가 시그니처였다.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 본 윌리엄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종달새의 비상’,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까지…. 자연에 영감을 받은 클래식 명곡 열전의 시작과 끝을 최우정의 신곡이 담당한 것이다. 하늘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같이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뜻을 가진 대표적인 국악 ‘수제천(壽齊天)’을 재해석해 서양 거장들이 표현한 자연을 동양적 자연관으로 살포시 감싼 셈이다.
“전통음악 자체가 자연과 맞닿아 있잖아요. 특히 한국음악은 궁중음악조차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야외에서 연주됐으니까요. 옛 음악가들에게는 소리를 내기 전에 자연의 소리를 먼저 듣는 습관이 늘 학자금대출 소득연계상환 있었던 거죠. 수제천은 어려서부터 워낙 좋아했고, 전통음악을 지금의 환경에서 재창조하는 요즘 제 작업들의 맥락이기도 합니다.”
공연은 특이하게 미디어아트를 배경 삼아 진행됐다. 천지창조로부터 마냥 푸르던 지구가 공장 굴뚝으로 뒤덮이고 오늘의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에 이르기까지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영상이 마치 영화음악 콘서트 같았다. 태 무서류인터넷대출 고의 소리인 듯 단순한 모티브가 반복되는 ‘수제천 리사운즈’ 1악장과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이 오보에 솔로로 마치 하나의 곡처럼 이어지고,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노래’가 지구를 온통 꽃으로 뒤덮더니, 베토벤 ‘전원’에서 천둥 번개가 치는 위기감이 ‘수제천 리사운즈’ 2악장으로 메아리치며 경고와 충격으로 끝난다.
“자연은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폭력적이기도 하잖아요. 베토벤도 ‘전원’에 그런 생각을 담았어요. 5악장이 베이스들의 위협적인 연주로 끝나는데, 그걸 이어서 지구는 이제 끝났다는 암시와 상징을 주는 게 저의 2악장이죠. ‘전원’의 폭풍우 치는 분위기에 대한 저의 코멘트랄까요. 베토벤이 듣는다면? 아마 칭찬할 것 같아요. 자기 맘 알아줬다고.(웃음)”









공연은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미디어아트를 배경으로 진행됐다. [사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최우정은 최근 현악 앙상블과의 피리 협주곡 ‘환’을 세계 초연하는 등, 한국적인 것을 모티브 삼은 활발한 전통 재창조 작업들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런데 국악기를 쓰지도 않고 개념만 가져온 ‘수제천 리사운즈’는 한층 새로운 접근법이다. “어려서부터 듣던 수제천에 대한 기억을 내 몸을 통해 다시 울리게 한 작업이죠. 우리가 너무 수입만 하잖아요. 175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200년간 백인 남자들이 만든 음악에 너무 치우쳐 있죠. 클래식 쪽에서도 세계와 공유할 만한 걸 우리가 만들 때가 됐는데 아직도 대리점 같아요. 어느 순간 나도 그렇다는 걸 깨닫게 됐고, 전통음악을 좋아했던 기억을 뭔가 새로운 나의 음악의 출발점으로 삼게 됐죠.”

‘ECO&ECHO 콘서트’는 환경음악회라 더욱 특별했다. 특정 클래식 작곡가의 레퍼토리와 스타 협연자를 내세우는 교향악단 정기 연주회의 ‘예술을 위한 예술’과는 결이 다른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이 낯설기도 하다. “국립 단체는 더욱더 대리점이 되지 말아야 하잖아요. 우리나라가 원조들이 보기에도 잘한다 정도는 이제 격에 맞지 않아요. 국립심포니가 베토벤이나 말러를 하더라도 기존에 없었던 독특한 해석을 한다든지, 그런 게 상품이 되어야 서구 근현대의 유산과 다른 걸 할 수 있어요. 한국문화를 밖에 가져나갈 때 아직도 우리 전통이 훌륭하다 보여주고 있는데, 개발도상국 시절에 하던 일이에요. 뭔가 세계의 지식인들이 주고받는 전 지구적인 이슈를 우리 국립 단체들이 다루면 좋겠어요.”
최우정은 학교에 적을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 더 익숙한 이름이다. 오페라 ‘1945’, 뮤지컬 ‘광주’, 음악극 ‘적로’, 합창음악극 ‘마지막 눈사람’ 등 온갖 극음악 프로젝트에서 전방위로 활약해 왔다. 내년에도 국립오페라단 ‘화전가’, 국립극장과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심청’ 등 대작을 도맡고,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지휘자 아드리엘 김과 함께 ‘얼터너티브 클래시컬 뮤직’을 제안하는 공연도 기획 중이다.
“빈 음대 교수들이 그러더군요. 자기 나라 애들도 면접 볼 때 현대음악 작곡가로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나 막스 리히터, 루드비코 에이나우디 같은 네오클래식 작곡가를 꼽는다고. 그런 음악이 참 좋아요. 우리 삶의 리듬에도 맞고 소리도 새롭고 기술도 잘 사용하죠. 그게 21세기 현대음악이지, 20세기 그대로 다 죽은 사람들 따라하는 건 진짜 현대음악이 아니에요. 몸으로 먼저 반응이 와야지, 이해를 해야 하는 음악이면 접근성이 떨어지죠. 요즘 전공자들이 작곡한 걸 들어보면 도저히 두 번 다시 들을 수 없는 것들이에요. 삶 속에 녹아드는 음악이 필요합니다. ‘올드보이’의 이지수, ‘오징어 게임’의 정재일 같은 사람들이 K작곡가 아닐까요.”
K작곡가가 만든 기악곡이 K연주자들처럼 세계 무대를 종횡무진할 날도 멀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바르톡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한예종 재학생인 18세 작곡가 이하느리와 2022년 제네바 콩쿠르 작곡 부문 우승자 김신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일단 더 많이 작곡해야 돼요. 재능 있는 작곡가를 많이 발굴해야 하는데, 국공립 단체가 발굴을 잘 안 하거든요. 문화 정책이 자꾸 바뀌니까 장기적인 맥락이나 미학적 방향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작업이 없죠. 정책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클래식의 역사적 계보를 잇는 실험적인 현대음악이 과연 우리 몫일까. 대중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동시대적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는 것. 진짜 ‘K클래식’ 시대를 위한 조건이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