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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강물이 흘러가는 황강 옆 둔치에서 굴착기가 모래를 마구 긁어내고 있다.


ⓒ 정수근













행복기금대출▲ 황강의 삽질 황강의 하천 바닥을 마구 긁어내는 마구잡이 준설공사인 '삽질'이 자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 정수근



지난 26일 둘러본 낙동강의 제1지류 황강은 처참했다. 맨 상류 합천군 용주면 용주교에서부터 시작된 하천공사는 맨 하류 합천군 청덕면 청덕교까지 완전 피해신고 히 '삽질'의 현장이었다. 총연장 50㎞ 강 전체가 공사판이었는데, 마치 2008년부터 시작된 4대강사업의 주요 현장인 낙동강에서의 '삽질'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관련 기사 : 황강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공사... 환경부 이래도 됩니까).
육중한 대형 굴착기가 강 안에서 쉴 새 없이 '삽질'을 하고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강 안을 누볐다. 마술카드 굴착기와 트럭의 굉음이 가득 찬 그곳에선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철저하게 유린된, 불모의 공간이란 말만이 현재 황강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현주소였다.

생명 약동시절에 행해지는 황강의 대대적인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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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삽질이 진행되지 않은 쌍책면 소재가 있는 황강이 연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이맘때 강은 이처럼 아름답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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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삽질이 진행되지 않은 황강은 스스로를 이렇게 연초록빛으로 물들이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여 준다.


ⓒ 정수근




이맘때 강은 생명이 약동하는 시절이다. 막 물이 오른 버드나무 군락이 초록의 잎들을 일제히 펼치며 강을 연초록빛으로 물들인다. 그야말로 생명 약동 현장의 새 빛을 보여주는 것이다.

새봄이 찾아온 이맘때 강은 고라니나 너구리, 삵과 같은 야생동물과 새들이 서로 짝짓기를 하는 등 새로운 생명들을 잉태시키는 시절이다. 겨우내 숨죽여 있는 강이 움직이는 이 시기,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잘 자란 버드나무들은 뿌리째 뽑혀 나가고 강바닥은 격자 형태로 파헤쳐지면서 그 어떠한 생명들도 깃들지 못하게 된다. 강은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는 그들의 중요 서식처요, 보금자리인데 이들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이 마구잡이식 하천공사가 행해지고 있었다.










▲  대대적인 삽질이 행해지고 있는 황강 용주지구 준설 현장이다. 결자형으로 강을 마구 파내고 있다.


ⓒ 정수근




그 흔적은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합천군청과 가까운 합천추모공원 앞은 하폭이 아주 넓어 과도한 준설이 필요 없는데도 전 구간에서 준설공사가 행해지고 있었다. 하폭을 줄이고 그 안에 자전거도로나 체육시설 혹은 생태공원과 같은 시설을 들일 모양으로 말이다.

이미 강 왼쪽에는 체육시설이 들어와 있어, 그 때문에 병목 현상으로 홍수기에 문제가 될 우려가 있는데도 오른쪽마저 그렇게 개발할 계획인 듯했다.

시가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하천의 개발은 결국 홍수기에 통수를 어렵게 만들어 피해를 키운다. 지난해 이곳에 일어난 홍수피해가 바로 그러한 이유로 발생한 것으로, 하천에는 가급적 시설을 들이지 않는 것이 홍수를 예방하는 현명한 하천관리 정책이다.










▲  강의 좌안에 들어선 체육시설로 하천폭이 좁아져 병목현상을 보이고 있는 용주지구 황강.


ⓒ 정수근




그러나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의해서 혹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용인으로 행해지는 하천공사들이 모두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실제 환경을 고려한 노력 사례도 있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월 말 대구 금호강의 홍수피해 예방을 위해서 금호강 수목 제거 관련 사전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주민과 환경단체의 의견을 들은 담당자는 "환경부가 하천공사를 하는데 생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수목 제거를 하더라도 환경단체 등 생태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유심부에 자라나 있는 일부 수목만 제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즉, 전 구간의 나무를 모두 베지 않고 마치 간벌을 하듯이 꼭 필요한 수목을 제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수목을 조심스럽게 베겠다고 한 환경청이 왜 황강에서는 이렇게 과도한 공사를 행하는지 그 까닭이 무척 궁금하다.










▲  황강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나와 있는 홍수피해 지역들. 황강의 제방과 지천의 제방으로 물어 넘어 홍수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주다.


ⓒ 환경부




그 이유는 황강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위 그림은 지난 2020년 황강 홍수 피해 지역들을 표기해둔 것이다. 황강에서 제방이 일부 유실되고 마을들이 침수피해를 입었으니 대대적인 수목제거와 준설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발로일 수 있겠다.

홍수피해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방법들 고려해야
하지만 하천공사를 하더라도 철저한 원인 분석과 다양한 방안들에 대한 고민과 실천 또한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논리도 없이 이명박 대통령의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 지난 4대강사업의 폐해를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으로 모래를 준설하고 대형 보로 막은 4대강은, 특히 낙동강은 지금 매년 녹조가 창궐해 녹조 독이 날리고, 그 어떤 생명들도 깃들지 않은 불모의 공간으로 변한 지 오래다.

생명이 거세당한 채 녹조라떼 배양장이 돼 낙동강유역민들에게 녹조 독이 든 수돗물과 녹조 독이 든 농산물에 이어 녹조 독이 든 공기마저 선사하는 정말로 위험천만한 강이 되어버렸다.










▲  황강 용주지구에선 하천 전체 모든 수목을 일거에 제거해버렸다. 이곳에 연초록빛 새봄은 더이상 없다.


ⓒ 정수근




그런데 그 낙동강의 제1지류에서 또 다시 4대강사업 당시의 과도한 '삽질'을 행하고 있으니 비판이 드셀 수밖에 없는 이유일 터이다.


황강에서 일어난 홍수피해란 것도 잘 분석해봐야 한다. 하천기본계획상의 홍수위와 현재 상황을 잘 봐야 하는데, 하상(하천바닥)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 제방이 낮은 곳을 제때 보강해 홍수를 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연초록빛으로 물든 황강의 한쪽에선 하천공사가 열심히 진행중이다


ⓒ 정수근












▲  황강 건태지구에 제방을 더 높이 쌓는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 정수근




또 저지대의 일부 농경지 침수피해는 구조적인 문제로, 저지대 농지는 매입을 통해 하천의 영역으로 되돌려주는 근본적인 노력들도 필요하다. 이번 황강 하천정비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이 3개 공사에 총 2600억 원인데, 그 예산의 일부만으로 충분히 저지대 농지 매입이 가능하리라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하천학회 회장으로 황강의 홍수피해에 대한 구조적 검토를 해본 바 있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이번 황강의 대대적인 하천공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 황강에서 벌어지는 4대강 삽질 낙동강의 제1지류 중 하나인 모래강 황강에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제2의 4대강 삽질을 벌이고 있다. 4대강사업 당시와 똑 같은 논리인 홍수 예방을 이유로 황강에 대대적인 삽질을 단행하고 있다. 그 현장 소식을 담았다. ⓒ 낙동강 수근수근TV



"하천기본계획상에 청덕지구 같은 곳은 이미 홍수피해가 없는 곳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이곳마저 대대적인 준설공사를 하고 있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 이미 안전한 하천을 더 안전하게 하겠다는 것은 4대강사업 당시의 논리처럼 황당한 삽질의 이유다.
그리고 1989년에 들어선 합천댐과 4대강사업으로 인한 역행침식 등의 영향으로 황강의 모래가 상류에서는 합천댐의 영향으로 더 이상 유입되지 않고, 기존에 남아있는 모래는 역행침식으로 낙동강으로 쓸려내려가 황강의 하상이 전체적으로 낮아져 홍수 측면에서는 이미 안전한 하천이 됐는데도 황강 전 구간을 4대강사업 식의 준설공사를 벌인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2016년 하천기본계획을 보면 100년 빈도의 제방이 안 되는 낮은 곳이 일부 있었다. 그런 곳에 2020년 홍수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제방만 일부 보강하면 될 일을 황강 전 구간의 과도한 준설공사로 미니 4대강사업을 벌인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  준설공사가 이루어지기 전인 지난 2024년 9월 황강 청덕지구의 모습. 이렇게 아름다운 강이 바로 아래 모습으로 온통 파헤쳐지고 있다.


ⓒ 정수근












▲  황강 청덕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준설공사. 박창근 교수에 의하면 이미 하상이 낮아져 홍수에 안전한 구간인데도 대대적인 삽질을 벌이고 있다.


ⓒ 정수근




이렇듯 정비사업을 하더라도 홍수피해의 철저한 원인 분석과 다양한 방안들을 놓고 충분한 고민과 논의 후에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사 역시 부분적이고 순차적으로 행해야 생태계 피해가 최소화된다.

하천 생태계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없이 행해지는 이같은 전구간 대대적인 '삽질'은 결국 우리 사회가 아직 16년 전 4대강사업 당시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바람직한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현재 상태에서 모래만 더 이상 빼내지 않으면 황강은 여전히 중요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황강 건태지구에 하천공사가 진행되기 전인 지난 2024년 9월의 모습이다. 저 아래 모래톱에서 대대적인 준설공사가 행해지고 있다.


ⓒ 정수근












▲  강 우안의 모래톱에서 대대적인 준설공사가 행해지고 있다.


ⓒ 정수근




낙동강 재자연화 위해서라도 황강은 온전히 남아야


위 사진은 환경부의 '삽질'이 이뤄지기 전 황강의 모습으로, 물돌이 지형이 아름답다. 모래강 황강은 역시 모래강의 원형을 자랑하는 내성천 못지않은 곳으로 물이 맑기로 특히 이름나 있다. 황강에 가득 들어찬 모래의 힘이다. 모래는 수질을 정화시켜주는 원천이자 수많은 생명들을 잉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  황강의 아름다운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한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 정수근













▲ 황강의 아름다움 생명이 약동하는 새봄, 삽질을 비켜간 황강은 이렇게 아름답다. ⓒ 정수근



그 모래를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되는 이유다. 또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금이라도 모래준설이라는 '삽질'을 멈추고 환경훼손을 줄이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낙동강네트워크의 주장을 경청하고 결단해야 할 이유다.
"황강의 모래는 낙동강 재자연화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 중요한 모래를 엉터리 홍수 예방이라는 논리로 모두 빼내버린다는 것은 낙동강을 위해서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환경부는 4대강사업의 원죄를 안고 있는 부처로서 또다시 4대강 삽질과 같은 하천공사를 벌인다는 것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 할 죄업을 쌓는 일이다. 황강에서 '4대강의 망령'을 되살려낸 것 같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금이라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모래를 골재용으로 빼내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4대강사업 당시 현장을 누비며 4대강사업을 강력히 반대했고, 지금도 낙동강 녹조 문제로 열심히 싸우고 있는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의 일갈이다.










▲  황강 죽고지구의 하천공사 전인 지난 2024년 9월의 모습이다. 하상이 전체적으로 높지 않는 이런 곳에서도 대대적인 준설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 정수근












▲  수목이 없고 하상이 높지 않은 이런 곳에서도 대대적인 준설공사가 행해지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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