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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흔히 시켜서 누군가의 모르게 내려다 끝'보이스 오브 햄릿' 민우혁, 옥주현, 신성록, 김려원 /사진=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문제작이 등장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라이브 록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보이스 오브 햄릿 : 더 콘서트(이하 '보이스 오브 햄릿')'의 이야기다. 강력하고 단단한 밴드 사운드에 올라탄 햄릿의 절규, 젠더 프리 캐스팅, 여기에 극작과 작곡 등 창작 과정에는 AI까지 쓰였다. 도전과 혁신으로 공들여 짠 이 작품이 공연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사느냐, 죽느냐."
인간의 본성, 도덕적 갈등,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존재 이유를 질문해온 햄릿의 이야기는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작품의 토대가 릴게임용의눈
되어온 손꼽히는 고전이다. 특히 공연계에서는 정통 연극으로, 혹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여러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단골 소재'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햄릿 내면의 목소리를 인더스트리얼 록(인더스트리얼 음악과 록 음악을 결합한 퓨전 장르) 음악과 함께 라이브 밴드 형식으로 풀어낸 1인극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전개는 햄릿이 죽은 이후모바일 바다 이야기 다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하는 형식으로 탈바꿈했다.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일 테노레' '그레이트 코멧' '마타하리' '웃는 남자' '젠틀맨스 가이드' 등의 무대를 디자인한 오필영 아티스틱 디렉터가 설립한 이모셔널씨어터가 내놓은 '더 보이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더 보이스' 시리즈는 원작이 있는 작품 안에서 인물 내면의 이동국s&c 주식
야기에 집중, 이들의 목소리를 음악적으로 끄집어내는 시리즈다. '광화문연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오징어 게임' '피지컬 100' 등의 음악을 책임졌던 김성수 음악감독이 음악수퍼바이저로 힘을 실었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옥주현·신성록·민우혁·김려원 4명의 배우가 끌어가고 있다. 1인극으로 상당한 체력과 실력을 요구하는 이 작저평가주추천
품에서 네 배우는 각기 다른 스타일로 '록 하는 햄릿'을 소화해내고 있다. 인터미션 없이 80분간 단 한 번도 무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극을 꽉 채운다. 햄릿의 내면을 그려내는 밀도 높은 감정 연기는 물론, 심장을 쿵쿵 울리는 밴드 사운드에 짜릿한 보컬로 강한 전율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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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수퍼바이저, 오필영 프로듀서 /사진=이모셔널씨어터 제공


서울 종로구 이모셔널씨어터에서 만난 오필영 프로듀서는 "우리나라 배우 혹은 가수 중에 '햄릿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면 손꼽히는 몇 명이 있을 거다. 회의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했고, 흥미롭게도 지금 네 명의 배우는 처음 제안한 분들이고 다 승낙했다. 이 네 분 외에는 말씀드린 분들이 없다"고 말했다.
신선한 지점으로 꼽히는 건 단연 음악이다. 아버지인 왕이 죽은 후 어머니와 결혼한 삼촌 클로디우스, 유령이 되어 클로디우스에 대한 복수를 촉구하는 아버지, 잘못 겨눈 칼끝에 세상을 떠난 재상 폴로니어스, 사랑하는 여인 오필리어의 죽음, 이어진 복수와 숱한 죽음들. 원작이 지닌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그대로 가져가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하는 건 시원하게 터지는 밴드 사운드다.
무대 위 햄릿은 관객들을 향해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외치는가 하면, 음악에 맞춰 떼창법을 알려주고 유도하기도 한다. 오 프로듀서는 "햄릿의 생각과 정서를 표현하는 음악적 장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 대본을 보면 햄릿은 우유부단함의 대명사다. 감정표현에 익숙한 사람은 아니다"라면서 "그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떤 회오리가 칠까에 대해 생각했다. 큰 외침과 두근거림이 존재했을 것 같았다. 그를 표현하기 위해 록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음악수퍼바이저는 "록적으로 어떻게 가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1990년대 이후로 록은 다 얼터너티브가 됐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네 명의 배우들이 얼터너티브 한 걸 보여주는 데 용이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각기 다른 음악들을 들려줬다. 신성록의 경우 뉴 오더,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이었다"고 전했다.
1인극인 만큼 배우들의 역할은 더없이 중요하다. 기존의 틀과 형식에서 벗어나 맞춤형 '자기 옷'을 만들어 러닝타임 내내 끌고 가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햄릿 역을 맡은 옥주현은 클로디우스를 떠보기 위해 미친 척하며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에게 얼굴을 들이밀고는 "나 미친 것 같으냐"고 직접 묻기도 한다. 관객들이 "예쁘다"고 말하면 그는 "그건 어쩔 수가 없다" 등의 대사를 던지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끈다.
오 프로듀서는 "배우들이 밤을 새워서 햄릿 번역본, 원서를 읽고 자기가 말할 대본을 썼다"면서 "공연을 보면 무대 위에 있는 배우가 온전히 끌고 간다는 느낌을 받을 거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 힘이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햄릿은 앞으로 이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배우들이 하는 햄릿이 다 다른 거다. 또 80분이라는 시간 안에 강력하게 전달하고 끝내고 싶었다. 최근에는 앙코르로 공연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배우분들이 관객들과 호흡하며 템포를 조절하는 거다. 음악은 약속이 되어 있지만, 매 공연 러닝타임과 대사가 다르다. 이런 게 '보이스 오브 햄릿'의 매력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한국 공연계를 대표하는 무대 디자이너인 그는 세트와 관련해서는 "이승을 떠나지 못한 혼령이든, 혹은 무언가의 형태로든 현재까지 존재하는 햄릿이 작품의 시작이다. '그때의 내 감정은 어땠고…'라는 포맷을 가지고 있다. 무대에 기둥들이 미로처럼 존재한다. 햄릿의 머릿속의 미로이며 그 안에 갇혀 헤매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면서 "기억의 미로 속에서 하나씩 끄집어낸다고 생각했다. 매우 많은 게 뒤에서 앞으로 밀려 나온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모셔널씨어터 제공


작품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AI의 활용이다. 극작·작곡에 AI가 쓰였다. 약 2년의 세월 동안 연출 1명·작가 2명·작곡가 1명으로 구성된 콘텐츠개발팀이 AI를 이용해 수많은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대본과 음악의 토대를 쌓았다. 여기에 김 음악수퍼바이저가 편곡으로 참여해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게 'AI 기반 작품 개발 모델'이 만들어졌다.
AI의 활용은 최근 창작계 최대 화두다. 어느 정도까지 AI의 쓰임을 인정할 것인지, 창작의 영역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여전히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음악의 경우, 한국에서는 AI가 활용되면 저작권 등록이 되지 않는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신규 음악 저작권 신고 시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확인·보증을 받는다. AI를 활용한 음악에 대한 등록 및 관리 방안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
오 프로듀서는 "원하는 걸 써달라고 하면 '뚝딱' 나오는 게 아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 있다. 프롬프트를 통해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 2년 넘게 축적해온 데이터가 있다"면서 "'햄릿으로 1인극을 만들 거야. 글을 써줘' 이런 방식이 아니다. '어떠한 시퀀스에서 이러한 목표가 있어.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등 굉장한 구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기술을 활용할 때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와 좋은 창작자와 배우들이 본 공연으로 가기 위해 이를 완성해가는 것에 대한 이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AI가 활용됐지만, 결정적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이를 운용하는 것에는 인간 창작자의 역할이 필수적이고 더없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오 프로듀서는 "기술을 잘 활용하는, 좋은 기준이 되고 싶었다"면서 "AI가 시작점에서 방향을 줬고, 개발팀과 연출 등이 많은 고민과 시도를 거쳐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김 음악수퍼바이저는 "관객은 최상의 결과물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나머지는 다 도구라고 생각한다. 도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다"면서 "AI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거고, 박한근 연출님을 비롯한 여러 창작진과 배우들이 작품을 완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음악수퍼바이저는 햄릿 서사와 록 장르의 시너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인간의 영역'을 언급했다.
그는 "관객들이 햄릿의 의식 흐름을 따라가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소리 없는 외침 같이 안은 엄청나게 치열한데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걸 표현한다는 점에서 록이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왈츠를 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AI가 한 게 아니다. 우리의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이어 "록 장르와의 시너지는 음악이 확 꺾었을 때 있다고 생각한다. 록만 가지고 했으면 그런 효과는 없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또 AI의 활용에 대해 "계산기가 하나 발명된 것"이라고 비유하며 "창작 능력치를 지닌 사람들은 도구를 더 잘 쓰게 될 거다. 다만 그 과정에서 도태되는 창작자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끝으로 오 프로듀서는 이어질 '더 보이스' 시리즈에 대해 "관극이라는 건 정서를 체험하는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연극은 3자를 통해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었다면, 그보다는 정서를 체험하는 게 관객에게 더 흥미로운 관극이 될 거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게 미래의 형태가 될 거고, '보이스 오브 햄릿'도 그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지금 관객이 무엇을 좋아한다는 건 저희에게는 금지입니다. 알 것 같지만, 모르죠.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시장에 내놓고, 관객들은 꾸준히 다양한 작품을 경험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지 못한 이상한 것들을 계속할 겁니다. 관객들은 여러 스타일을 경험해야 할 권리가 있고, 제작자는 그것들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보이스 오브 햄릿'은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