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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1853~1890년)는 세계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든다. 그는 생전 작품을 거의 팔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렸고,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다 37세라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까.
그 뒤엔 동생 테오의 아내 요 반 고흐 봉어르가 있다. 신간 '빈센트를 위해'는 고흐의 삶과 작품이 알려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요의 생애를 조명하는 전기다. 저자인 한스 라위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빈센트반고흐미술관의 수석 피엘에이 주식
연구원이 10년간 반고흐재단이 소장한 요의 일기와 편지, 회계 장부 등 방대한 원본 자료를 연구해 썼다. 책은 고흐의 작품이 다락에서 나와 미술관에 걸리기까지, 요의 끈질긴 노력과 아낌없는 헌신을 다층적으로 그린다.

다락에 쌓여 있던 반 고흐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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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앤트워프에서 1914년 열렸던 '동시대 미술. 살롱 1914'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 아트북스 제공


테오도 형이 죽고 6개월 만에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떴다. 고작 28세였던 요에게 남겨진 건 갓 태어난 아들 한 명과 고흐가 남편에게 남긴 그림 수백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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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는 형의 작품 세계를 알리고 싶어 했던 남편의 바람을 대신 이루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숙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전시, 작품 홍보 등 고흐 알리기에 전념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고흐 그림은 요의 하숙집 곳곳에 걸려 있었다. 요의 아들, 큰아버지의 이름을 딴 빈센트는 후일 그림들이 집 여기저기 걸려 있던 모습을 회상한 신탁
적 있는데 '감자 먹는 사람들'은 벽난로 위에, 반대편 커다란 찬장 위에는 '추수'가, 침실에는 '아몬드꽃'과 '피에타', '저녁 시간'이 걸려 있는 등 벽과 다락은 빈 자리 없이 그림으로 항상 빼곡했다고 전한다. 당시 요가 가입한 화재보험 증서엔 고흐의 회화 200점, 고흐의 드로잉 포트폴리오 1권이 포함돼 있는데, 실제 소장품은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주식종목상담
추정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


요의 노력에도, 미술계 반응은 고흐 사망 이후 10년 넘게 미온적이었다. 처음 주목을 받은 건 요가 기획한 1905년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였다. 당시 4,500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하지만 인상파 거장을 알아본 이는 드물었다. 고흐의 현대성을 과격하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많았다. 어떤 기자는 해당 전시장을 '정신병원'으로 묘사했고, "그런 조악한 작품을 배짱 좋게 전시한 것은 추문이다" "'별이 빛나는 밤'의 별들이 도넛처럼 보였다"는 혹평도 잇따랐다.
요는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꾸준히 전시를 이어가며 그림의 가치를 알렸다. 그림 값을 깎아달라는 요구는 거절하면서도 미술관에 걸리는 게 작품에 대한 최고의 예우라 생각해서 미술관에서 문의가 오면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등 탁월한 딜러, 전략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요의 회계 장부엔 작품을 구매한 사람과 기관, 회화와 드로잉 판매 가격이 정확하게 기재돼 있어, 그의 생애 동안 고흐의 작품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자택 거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요 반 고흐 봉어르의 모습. 1909년으로 추정된다. 책상 뒤편 벽에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은선초 꽃병'과 '황혼 풍경'이 보인다. 아트북스 제공



영어판 서간집 출간에도 힘써
요가 몰두했던 또 하나의 작업은 형제가 주고받은 편지 800여 통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영어 교사로 근무했던 그는 고흐의 작품이 당시 영미권에서 홀대받은 이유가 언어 장벽이라고 보고, 형제의 영어판 서간집 출간을 위해 힘썼다. 작품에 대한 작가 자신의 평가는 작품 가치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고흐는 테오와의 편지에 "이 작품은 정말 성공적이었어"라고 적는 등 종종 작품에 대한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형제 사이에 오간 대부분의 편지는 요가 보관하고 있다가 직접 번역한 것이다. 요의 아들이 어머니를 모든 것을 세심하게 쟁여놓는 사람, '완벽한 다람쥐'라고 표현한 데서 요의 성실하고 꼼꼼한 성정을 엿볼 수 있다.
책은 '테오의 아내'가 아닌, 고흐라는 작가를 세상에 알린 전시 기획자, 딜러, 출판인으로서 요의 면모를 부각한다. 저자는 "고흐가 문화사에서 영원히 이어질 명예를 얻은 것은 요의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적인 기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그녀는 누구보다 주목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말한다. 여성의 입지가 문화예술계에서 빈약하던 시기에 '반 고흐 메이커'로서 우뚝 선 한 여성의 성장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빈센트를 위해·한스 라위턴 지음·박찬원 옮김·아트북스 발행·716쪽·4만2,000원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