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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죠? 모르고 제 쓰러지겠군. 기다렸다. 싫어하는 내가2025년 6월16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넷플릭스 튜덤 극장에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성우로 참여한 메이 홍이 특별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제작사부터 감독, 배우들까지 다양한 국가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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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20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여러모로 화제다. 출시 첫째 주 920만 뷰로 2위에 오르더니 둘째 주에는 2420만 뷰를 돌파하며 93개국에서 톱 10, 31개국에 엘지 서 1위를 차지했다.
현직 케이(K)-팝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각종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차트는 물론이고 빌보드 차트까지 오르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작품 속 세계관을 분석하고 캐릭터들의 패션이나 춤을 따라 하는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30년 넘게 한류의 탄생과 시중은행연봉 성장을 지켜봐온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 ‘케데헌’의 이런 성공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 작품이 단순한 애니메이션 한 작품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과 기술, 인력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이 한류와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화 흐름 이론에서 본 ‘케데헌’
인도 출신의 세계적 문화인류학자 아르준 아파두 우리은행 mi대출 라이는 자신의 ‘문화 흐름 이론’에서 현대 세계를 더 이상 ‘중심-주변’이라는 낡은 이분법으로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1990년 발표돼 이미 30년이 넘어가는 이 이론이 요즘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한류에서 나타나는 탈국가화 현상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류에서 나타나는 탈국가화 현상은 한류가 더 이상 ‘메이드 인 코리아’로 설 전액장학금 생활비대출 명되는 문화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케데헌’ 역시 일본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이 감독을 맡았다. 이병헌·안효섭 등 한국 배우들이 영어 더빙에 참여하고 트와이스 멤버들이 OST에 참여하는 등 국경을 초월한 협업의 산물이다. 이는 전형적인 탈국가화 한류의 모습이다.
아파두라이는 현대 세계에서 문화의 신한은행 중도상환수수료 흐름을 민족(Ethno), 기술(Techno), 자본(Finance), 미디어(Media), 이념(Ideo)이라는 다섯 가지 ‘풍경’(scape)으로 설명했는데, ‘케데헌’은 이 모든 풍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케데헌’의 탈국가화 현상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민족 풍경’(Ethnoscapes)이다. 이는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동과 정착을 의미한다. 메기 강 감독은 이 작품을 “한국 문화에 대한 러브레터”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린 시절 이민을 가 줄곧 외국에서 자랐지만, 한국적 뿌리를 잃지 않고 오히려 이를 글로벌 언어로 번역해내는 문화적 중개자 역할을 했다. 이는 기존 한류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창작자들이 주도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이다. 또한 이병헌, 안효섭 등 한국 배우들이 영어 더빙에 참여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현상은 한류 창작자들이 더 이상 한국이라는 지리적 경계에 국한되지 않고, 동시에 한국 출신 창작자들도 한국어라는 언어적 경계를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K-팝 산업 전반을 살펴봐도 이 경향은 뚜렷하다. 현재 주요 K-팝 그룹들의 프로듀서 상당수는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거나 국외 출신이다. 또한 K-팝 아이돌 중에도 외국 출신 멤버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시스템 안에서 훈련받지만, 동시에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K-팝에 녹여내며 새로운 하이브리드(혼합형) 문화를 만들어낸다.
플랫폼이 만든 새로운 유통 생태계
‘케데헌’의 탈국가화 현상에서 넷플릭스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넷플릭스는 단순한 유통 플랫폼을 넘어 ‘기술풍경’(Technoscapes)의 핵심 인프라로 작용한다.
과거 한류 콘텐츠가 국외에 진출하려면 각국의 방송사나 배급업체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제작사는 협상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중간 유통업체들이 가져갔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전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에 공개되고, 30개 이상 언어로 자막과 더빙이 제공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적 인프라가 창작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장르와 스토리가 어느 지역에서 인기를 끌지 예측할 수 있다. ‘케데헌’도 이런 데이터 분석의 결과물이다.



케이(K)-팝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각종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차트는 물론이고 빌보드 차트까지 올랐다. 넷플릭스


2023년 4월 넷플릭스가 발표한 향후 4년간 25억달러(약 3조4500억원) 규모의 K-콘텐츠 투자 계획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한국을 허브로 하는 글로벌 콘텐츠 생산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다. 한국의 창작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해 전세계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케데헌’의 탈국가화는 자본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이 작품의 제작비는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이 투자했고, 유통은 넷플릭스가 맡았다. 수익은 전세계에서 발생한다. 전통적인 국가 단위 문화 산업의 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자본 구조다.
‘케데헌’의 스토리텔링에서 나타나는 탈국가화 현상도 흥미롭다. ‘미디어풍경’(Mediascapes)은 전세계에 유통되는 이미지와 서사의 흐름을 의미하는데, ‘케데헌’은 이 흐름이 어떻게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작품의 기본 설정인 ‘악마 사냥’은 서구 기독교 문화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케데헌’에서는 이를 한국의 무속신앙과 결합했다. 태초의 헌터가 무당이었고 굿에 동원되는 춤과 노래로 악령을 물리친다는 설정은 한국 고유의 문화적 요소다. 이것이 현대에 와서 K-팝 아이돌의 노래와 춤으로 진화했다는 서사는 매우 독창적이다.
이런 설정은 단순한 문화적 혼합을 넘어선다. 서구의 선악 이분법적 세계관과 한국의 순환적·화해적 세계관이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전혀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한다. 악마들도 단순히 제거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이해하고 소통해야 할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이 그 예다.
‘케데헌’이 전세계에 전파하는 가치관과 이념도 탈국가적 성격을 띤다. ‘이념풍경’(Ideoscapes) 관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이 제시하는 가치관은 특정 국가나 문화권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품의 핵심 메시지는 ‘다름의 인정과 화합’이다. 주인공들은 악마들과 싸우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이해하고 공존의 방법을 찾는다. 이는 현재 전세계가 직면한 문화적 갈등과 차별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케데헌’은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의 조화’라는 주제도 다룬다. K-팝 아이돌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압박과 진정한 자아 사이의 갈등,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현대사회의 많은 젊은이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가치관이 특정한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케데헌’은 기독교적 악마관을 차용하면서도 불교적 자비심, 유교적 조화 사상, 무속적 포용성을 모두 아우른다. 이는 탈종교적, 탈이데올로기적 가치관의 제시로 볼 수 있다.
‘뉴타입’ 한류의 시대
‘케데헌’의 성공은 한류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제 한류는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로 수출되는 일방향적 흐름이 아니라, 전 지구적 네트워크 안에서 순환하고 재생산되는 다방향적 흐름이 됐다. 이런 변화는 한국 문화 산업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도전도 있다. 탈국가화된 한류에서 한국의 위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글로벌 플랫폼과 자본의 힘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창작자들의 주도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앞으로 한류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탈국가화된 한류의 수익이 한국에 얼마나 환원되는지도 의문이다.
30년 넘게 한류의 성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케데헌’의 성공은 감격스럽지만, 동시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는 사건이다. 한류가 이제 정말로 ‘한국의 류(流)'인가, 아니면 한국을 거쳐 흘러가는 ‘글로벌 류'인가?
아마 정답은 둘 다일 것이다. 탈국가화 시대의 한류는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글로벌한, 고유하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문화가 돼가고 있다. ‘케데헌’이 보여준 것처럼 경계를 넘나드는 창작자와 플랫폼, 그리고 국경 없는 팬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 생태계 속에 한류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한국이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케데헌’의 성공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 rabike04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