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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아저씨는 병원을 하얀 오래가지 거예요? 사항과강홍식은 스물다섯이던 1927년 심훈이 연출한 영화 '먼동이 틀때'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영화, 연극 초창기에 활약한 배우이자 1930년대 중반 최고 인기를 누린 신민요가수였다. 광복후엔 평양에 남아 김일성체제 선전과 반미를 고취하는 이념 영화를 만들었다./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평양 출신인 강홍식(1902~1971)은 1930년대 중반 최고 스타가수였다. ‘봄은 왔네 봄이 와/숫처녀의 가슴에도/나물 캐러 간다고/아장아장 들로 가네/산들산들 부는 바람/아리랑 타령이 절로 난다.흥~’
1934년 2월 콜럼비아레코드에서 낸 음반 ‘처녀 총각’(유도순 작사, 김준영 작곡)은 10만장이 팔리면서 확고한 스타가 됐다. 유튜브에서 듣는손오공
강홍식의 ‘처녀총각’은 콧노래가 절로 나올 만큼 흥겹고 친숙한 선율이다.



가수로 데뷔한 강홍식은 1934년 1월27일 콜럼비아 레코드 전속 가수인 아내 전옥과 함께 경성라디오에 출연해 훗날 대표곡이 된 '처녀총각'을 불렀다. 조선일보 1934년1월27일자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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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춘 ‘서울 구경’ 원조 ‘유쾌한 시골영감’
더 유명한 히트곡도 있다. 희극인 서영춘(1928~1986)이 1971년 ‘서울구경’이란 이름으로 바꿔불러 유행한 노래다. 원래 강홍식이 1936년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낸 ‘유쾌한 시골영감’이다.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차표파는 아가TREX펀더멘탈200 주식
씨와 승강을 하네/이 세상에 에누리없는 장사가 어디있나/깎아대자고 졸라대니 원 이런 질색이’
미국 가수 조지 존슨이 1891년 음반에 수록한 ‘The Laughing Song’을 번안한 곡으로 현대 도시문명에 뒤쳐진 시골 영감의 좌충우돌 상경기를 우스꽝스럽게 풍자했다. 강홍식의 ‘유쾌한 시골영감’ 음반은 2017년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지정됐CCI
다.



강홍식은 1930년대 중반 '처녀총각' '조선타령' 등 신민요가수로 이름을 날린 스타가수 이자 영화, 연극 배우였다. 1927년 심훈이 연출한 영화 '먼동이 틀때' 주연으로 출연할 당시 사진이다. 영문 이니셜을 사진에 썼다. 조선일보 1927년 8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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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타’ 강홍식
1936년 잡지 ‘조광’신년호 라디오 특집 기사(라디오는 누가 제일 잘하나)는 유행가 스타로 남자 가수 중 유일하게 강홍식을 꼽았다. 당시 신문(조선, 동아, 매일신보)에 실린 경성방송국 프로그램을 확인했더니, 강홍식은 1935년 7번이나 단독 출연해 노래를 불렀다. 전국 청취자를 상대로 단독 리사이틀을 두달에 1번꼴로 가진 셈이다. 그해 남녀가수 통틀어 최다 출연기록이다.
노벽화·강석연(각 5회),김복희(4회)·선우일선·전옥·최남용(각3회) 고복수(2회)순인데, 단독출연이 아니라 여러 가수와 함께 출연한 게 대부분이다. 한해전인 1934년에도 같은 소속사(콜롬비아 레코드) 소속 가수인 아내 전옥과 함께 5번, 단독으로 1번, 모두 6차례 라디오에 출연했다.
◇서른 한살에 가수 데뷔
강홍식은 서른 한살이던 1933년 4월 포리도루 레코드에서 ‘만월대의 밤’으로 데뷔했다. 첫 음반은 ‘한 장도 아니팔린 유명한 것’이라고 자조할 만큼 망작이었던 모양이다. 포리도루를 뛰쳐나와 ‘이 사람 저 사람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면 그것이 여자건 아이건 템포를 가르쳐 달라고 정말 피나는 수련’을 거친 끝에 그해 9월 빅타레코드로 옮긴 뒤 낸 ‘삼수갑산’(김안서 작사, 김교성 작곡)이 제대로 터졌다.
‘처녀총각’에 이어 1934년 12월 낸 ‘조선 타령’ 1935년 1월 ‘먼통이 터온다’ 4월 ‘청춘 타령’, 1936년 ‘낙화암의 천년 꿈’ 등이 줄줄이 히트하면서 인기를 구가했다. 당시에도 ‘신민요 가수’로 알려질 만큼, 이 분야 독보적 존재였다.



'처녀총각'으로 스타가 된 강홍식은 신문, 잡지의 취재대상이었다. 월간지 '삼천리' 1935년 7월호에 실린 인터뷰. 음반 수입으로 낙산 아래 거금 6000원을 들인 2층짜리 문화주택을 지어 아내 전옥과 함께 살았다.


◇심훈 ‘하이C내는 오페라가수로 출세했을 것’
영화감독, 배우 출신인 심훈(‘상록수’ 작가)은 1931년 잡지 ‘동광’에 강홍식에 대해 ‘남성미의 권화(權化)인 듯한 당당한 체구와 명랑하고 저력있는 음성과 그리고 원숙한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했다.
‘무용가 석정막(石井漠, 이시이 바쿠, 최승희 스승)의 최초의 비장(祕藏)제자였던 것을 아는 사람이 드물 것이요, 지금은 세계적 성악가가 된 등원의강(藤原義江, 후지와라 요시에)이와 천초(淺草·아사쿠사)시대에 같은 무대를 밟으면서 성악으로도 백중을 다투던 나이 어린 가수였던 것은 더구나 기억하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그는 테너였다. 카루소밖에는 흉내도 내지 못한다던 High C까지 뽑아 올리는 것을 들은 석정막씨는 그의 천재에 혀를 빼물고 제자를 삼아 친동생과 같이 애지중지하였었다. 그가 만일 도중에 전락하지 아니하고 사생활을 견제하여 성악에만 정진하였던들 오페라 씽거-로서 출세한 지도 오래였을 것이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 강홍식의 자질을 일찌감치 알아본 셈이다.
◇열다섯살 때 60원 훔쳐 渡日
강홍식이 늦게 가수로 데뷔한 이유가 있다. 원래 그는 무용으로 시작, 오페라, 영화, 연극 분야에서 먼저 활약했다. 부잣집 출신으로 평양고보를 다니다 ‘도화선생과 싸우고’ 자퇴한뒤, ‘집엣돈 60원을 몰래 훔쳐가지고 동경으로 도주’했다. 1917년 열다섯살 때였다. 이시이 바쿠 문하에 들어가 무용을 배우다 아사쿠사 오페라좌 ‘일본관’ 가극 배우를 거쳐 영화사 닛가츠(日活, 일본활동사진주식회사) 전속 배우로 5~6년 활약했다.
계림영화협회 첫 작품 ‘장한몽’(1926)과 2회 ‘산채왕’(1926)에 출연한 데 이어 심훈이 감독한 ‘먼동이 틀 때’(1927) 주역으로 출연(어둠에서 어둠으로 촬영개시, 조선일보 1927년8월14일)하면서 완전히 귀국했다. 영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연극에 뛰어들어 ‘종합예술협회’ ‘조선연극사(舍)’에서 활동하며 전국을 누볐다. 조선연극사에서 무대감독, 연출, 배우 등으로 일하다 연극계를 떠났다.
‘6년 동안 이 극단을 끌고 13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사이에 참으로 고생도 많이 하였지요. 그러다 나는 예술다운 연극을 하고 싶으나 관중들이 이해하여 주지를 않으니까 결국 나중에는 양심의 가책과 무의미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옥, 강홍식 부부가 살던 인사동 숙소를 찾아가 인터뷰한 기사. 전옥은 "동고동락을 하면서 극단 생활을 하는 가운데 그렇게 되었다"면서 결혼한 지 6년이 지났다고 했다. 조선일보 1933년5월2일자


◇낙산 아래 2층 문화주택 마련
인기 절정의 강홍식은 ‘눈물의 여왕’으로 인기를 누린 전옥과 결혼, 1932년 딸 강효실을 낳았다. 1933년 5월 전옥이 빅터사로 이적한 직후 기자가 전옥 부부의 인사동 숙소(여관)에 찾아갔다.
전옥은 결혼한지 벌써 6년이 지났다면서 ‘어느 때든지 동고동락을 하면서 극단 생활을 하는 가운데 그렇게 되었습니다. 강선생은 어려서 일본에 건너가서 고생을 많이 할 뿐더러 서로 이해를 한 까닭에 무슨 일이든지 같이 손을 마주잡고서 이 세상을 걸어나갈 수가 있다는 뜻아래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어머니가 된 전옥 여사, 조선일보 1933년 5월2일)
부부가 인기를 얻으면서 동대문 낙산 아래 6000원을 들여 2층짜리 ‘문화주택’을 마련할 만큼 경제적 여유를 찾았다. ‘매일 커피 맛을 보지 않으면 그날 잠이 안 올 지경’(진훈씨와 가배, 조선일보 1939년12월5일)이라는 커피광(狂)이기도 했다.다혈질의 호방한 성격의 강홍식은 1937년 외도에 빠져 전옥과 헤어졌다. 가수로서의 인기도 1930년대 후반이 되면 시들해졌다.
강홍식은 영화로 돌아섰다. 1937년 중일전쟁으 로 전시(戰時)체제로 접어든 시점이었다. 그가 출연한 ‘복지만리’ ‘망루의 결사대’ ‘거경전’ ‘태양의 아이들’은 일제에 협력하는 내용이었다. 1941년 유치진이 이끈 현대극장 창단 공연 ‘흑룡강’과 2회 공연 ‘흑경정’에 참여했다. 1944년 11월 중앙극장에서 올린 연극 ‘낙화암’에 출연한 게 일제시대 마지막 활동이었다.
◇北정권 수립 기념영화 ‘내 고향’ 연출
강홍식은 해방후 평양에 남았다. 일본인 부인과 아들,딸과 함께였다. 1946년 북조선연극동맹이 출범했을 때 상임위원을 맡았고, 1947년 북조선국립영화촬영소가 만들어지자 연출부장을 맡았다. 북한 최초의 극영화 ‘내 고향’(1949)을 연출했고, 유격대원으로 출연까지 했다.
북한 정권 수립 1주년을 기념해 만든 ‘내 고향’은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국책영화였다. 지주에 저항하다 투옥된 소작인이 감옥을 탈출, 백두산 김일성부대에 들어가 활약하고 해방을 맞게 되자 고향에 돌아와 가족들과 재회한다는 내용이다.
강홍식은 미군 공습에 대항하는 비행기사냥군조의 활약을 그린 ‘비행기사냥군조’(1953), 4.19혁명을 배경으로 한 ‘항쟁의 서곡’(1960)을 연출하면서 소련과의 합작영화 ‘동방의 아침’(1956)과 ‘바다는 부른다’(1957)에 출연했다. 1967년 영화 ‘최학신의 일가’에 미국인 목사이자 정보요원인 리차드로 출연한 것을 마지막으로 행적이 끊겼다. ‘최학신의 일가’는 반미(反美), 반기독교(反基督敎)를 고취하는 선전 영화다.
◇딸 강효실은 6.25때 월남
40여년이 지난 2011년, 강홍식이 정치범 수용소인 요덕수용소에 가족들과 함께 갇혔다가 1971년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나는 성혜림의 친구였다’는 책을 펴낸 탈북자 김영순이 자유북한방송에 출연, “북한의 요덕수용소에 있을 때 직접 강홍식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김영순은 “요덕 수용소에 들어갔던 1970년 10월에 이미 강홍식과 그의 아들 강효선의 가족들이 수용소에 있었다”고 했다.
평양예술대학에서 무용학부를 졸업한 김영순은 무용학부 동기인 강효선 아내와 친구였다고 한다. 김영순은 김정일 아내였던 성혜림을 안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수감됐으며, 2001년 탈북했다. 김영순에 따르면, 홍반병(펠라그라, 비타민 결핍증)에 걸려 얼굴이 새까맣게 변한 강홍식은 “영화에 나 또 출연할 수있을까?”라며 영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1930년대를 풍미한 인기 가수이자 한국영화사, 연극사의 초반을 장식한 풍운아의 허망한 죽음이었다.
딸 강효실은 아버지와 함께 평양에 남아 평양국립극단 배우로 있다가 6.25 때 유엔군의 북진으로 가족과 헤어져 월남했다. 최무룡과 결혼해 낳은 아들이 배우 최민수다.
◇참고자료
심훈, 조선영화인 언파레드, 동광 23호, 1931, 7
如山, 인기가수의 생활과 예술, 연애, 삼천리 제7권6호, 1935, 7
안테나생, 라디오는 누가 제일 잘하나, 조광 2권1호, 1936,1
한상언, 강홍식의 삶과 영화 활동, 인문논총 제32집, 2013, 10
장유정, 가수 활동으로 본 강홍식의 생애와 노래,근대서지 제17호, 2018 상반기
박찬호 지음,안동림 옮김, 한국가요사 1895~1945, 현암사, 1992
이동순, 한국 근대 가수 열전, 소명,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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