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 vs 레모네이드 누가 이길까…美 인슈어테크 전쟁 [자이앤트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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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보망환 작성일21-03-14 16:58 조회2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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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 1시 30분에 있었던 일입니다.저는 미국에 살고 있지만 평소 한국 시간에 맞춰 일을 하기 때문에, 한참 일을 하고 있던 시간이었는데요. 돌풍과 함께 비바람이 몰아치며 갑자기 제가 살고 있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일대가 정전이 됐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라 보조 배터리를 노트북에 연결해 일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 했습니다.바로 그 때 엄청난 굉음이 집에 울리더군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습니다. 랜턴을 들고 집밖으로 나가보니 앞마당에 있는 10m 크기 나무가 뽑혀 2층 지붕을 덮친 것이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무척 당황했죠. 기울어진 각도가 조금만 더 집쪽으로 가까웠다면 집이 파손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죠. 강풍과 폭우에 뿌리가 뽑힌 나무가 주택을 덮친 모습 [박용범 특파원]저는 집을 렌트하고 있기 때문에 아침이 되어 집주인에게 연락했죠. 예상은 했습니다. 몇일 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미국의 평소 일처리 속도를 감안하면 당연히 예상되는 수순이었죠. 더군다나 이 날은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당일이었습니다.당장 임시 거처를 마련해야 해서, 집주인에게 주택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게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전혀 없더군요. 제가 가입한 세입자 보험도 무용지물이었습니다.정전 속에서 앞마당 나무가 뽑혀 집을 덮친,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였습니다.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뵐 때 마다 보험 서비스에 대해서 불평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가입하기 불편하고, 보험료 비싸고, 사고 처리는 너무 느리고, 결정적일 때 보상이 되지 않는, 불량 서비스의 대명사처럼 인식이 되어 있더군요.이런 시장일 수록 혁신이 개입(?)할 여지가 클 것 같습니다.미국에서도 이런 부분의 불편함을 제거해 나가는 인슈어테크(InsurTech 또는 InsureTech)기업들이 약진하고 있습니다. 인슈어테크란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의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기존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를 지칭합니다. 인슈어테크 기업으로 SPAC과 합병해 상장을 앞둔 히포 [자료=hippo.com]오늘 소개해드릴 기업은 히포(Hippo) 엔터프라이즈라는 주택보험 분야 핀테크기업입니다. 2015년 설립된 히포는 아직 비상장 기업입니다. 자이앤트레터 '유레카 뉴욕' 기업 분석 코너에서 이제까지 상장 기업만 소개해드렸는데요. 이 회사는 곧 '리인벤트 테크놀러지 파트너스 Z'(Reinvent technology partners z: 종목코드 RTPZ)라는 SPAC(기업인수목적전문회사)과 합병 예정이라서 소개해드립니다. 히포와 합병 예정인 SPAC인 리인벤트 테크놀러지 파트너스 Z`(Reinvent technology partners z: 종목코드 RTPZ) 의 최근 주가 흐름 [자료=구글]인슈어테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레모네이드(Lemonade)라는 회사를 들어보셨을텐데요. 지난해 7월 상장된 레모네이드는 집주인이 가입하는 주택보험, 세입자보험, 반려동물보험, 생명보험 등 크게 4가지 상품군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히포는 주택보험만 판매 중이죠. 인슈어테크 붐을 일으킨 레모네이드 주가 흐름 [자료=구글]아파트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서, 주택보험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개인주택 비중이 커서 주택보험 시장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미국의 주택보험 시장은 연간 약 1050억달러입니다. 주택보험시장은 시장점유율이 10% 넘는 보험회사가 1개(스테이트팜, 2019년 기준 수입보험료 기준 18.0%)일 정도로 절대 우위 보험사가 없는 시장입니다. 상위 10개 보험사 점유율이 60.9% 인데, 10위 보험사 점유율이 1.7%에 불과합니다. 스테이트팜, 올스테이트, USAA, 리버티 뮤추얼 등 이 분야 4대 보험회사의 평균 나이는 108세입니다. 이 시장에 5세 '어린이'가 도전장을 낸 셈이죠. 미국 주택보험 시장 상위 10대 보험사와 시장점유율 [자료=Insurance Information Institute] 이런 시장에서 히포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입니다. 보험료 수입은 2018년~2020년 기간 중 매년 평균 69% 늘었습니다. 2020년에는 4억 5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히포는 SPAC과 합병을 통한 상장을 발표하며, 리인벤트테크놀러지파트너스와 함께 IR 행사를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매우 공격적인 실적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보험료 수입을 2021년~2025년 매년 평균 43%씩 늘려 2025년에 22억 7900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히포의 보험료 수입 실적과 전망 [자료=hippo.com]
이 회사가 급성장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복잡하고 불편한 보험가입 절차를 매우 단순화시켰죠. 히포는 '60초 이내 견적'이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는데요. `60초 견적`을 내세운 히포 사이트 초기 화면 [자료=hippo.com]제가 직접 견적을 받아봤습니다. 먼저 주소를 입력합니다. 처음 놀란 것은 개별 주택마다 건축연도, 면적 등 기본정보가 바로 확인된다는 점입니다. 구글링하면 질로우(Zillow) 등을 통해서 1초면 알 수 있는 정보지만, 견적을 받으려는 잠재 고객이 이런 정보를 일일이 입력하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한 셈이죠. 입력하는 과정에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기본 정보를 보여주고, 최근 변화만 스스로 체크를 하게 하는 방식이 효율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이런저런 정보 확인을 해서 견적을 받는데 걸린 시간은 약 2분. 처음 견적을 시도해보는 것이라, 익숙하지 않은 내용이 있어 시간이 걸렸지만 보험 가입을 받아본 사람에겐 1분 이내 완료가 가능할 듯 합니다. 히포에서 고급형으로 조회했을 때 나오는 견적 결과 [자료=hippo.com]고객을 통해 보험 대상 부동산 상태에 대한 확인 설문이 4~5개 있어,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뿐이지 이후 이 과정이 끝난 뒤 보험료 산출은 10초가 안 걸렸습니다. 사실 한국의 온라인 보험사들의 견적 서비스를 고려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런 견적을 받으려면 보험 에이전트를 통해 몇 차례 이메일이 오가야 합니다. 담보 내용을 조정하려면 매우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죠. 이런 점을 고려하면 히포의 서비스는 기존 보험사와 차별성이 있다고 할 만 합니다. 미국의 보험 에이전트 평균 연령은 61세 이상이라고 합니다. 고객은 점점 젊어지는데, 이 격차는 벌어지고 있는 셈이죠. 보험 서비스 전반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히포에서 가입 견적을 받다보니 보험 개시일 8일 이상 전에 가입하면 얼리버드 할인을 준다는 점도 독특했습니다.히포 서비스 수준을 체크하기 위해서 경쟁사인 '레모네이드'에 같은 견적을 받아봤습니다. 레모네이드 견적 결과. 모바일에 더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쓰고 있습니다. [자료=lemonade.com]가입 과정에서 보험료 견적 산출 속도는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다만, 레모네이드가 좀 더 모바일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로 구성돼 있더군요. 몇 개의 사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보험료는 같은 조건에서 레모네이드가 조금 저렴한 편이더군요. 기본형, 일반형, 고급형 등 3가지 선택지를 주는 히포 주택보험 견적 화면 [자료=hippo.com]히포가 기본형, 일반형, 고급형 등 3가지를 제시하며 선택지를 주며 각 선택지별로 기존 고객 선택 비중을 알려준 데 비해 레모네이드는 최저가부터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히포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아사프 완드(Assaf Wand)는 이스라엘에서 대학을 나온 뒤 인텔캐피탈, 맥킨지 컨설턴트로 경험을 쌓은 뒤 다양한 회사를 창업한 기업가입니다. 아스프 완드는 "하루 한두번은 꼭 고객 상담 사례를 직접 들어보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히포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아사프 완드(Assaf Wand)히포의 경쟁자는 계속 말씀드린대로 레모네이드입니다.레모네이드는 2023년에 11억 4500만달러의 총수입보험료를 달성, 7억 7800만달러로 예상되는 레모네이드와 격차를 더 벌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2020년 기준 히포와 레모네이드의 총수입보험료는 각각 4억 500만달러, 2억 1300만달러입니다. 레모네이드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주택보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세입자보험, 반려동물보험 등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 1건당 보험료 평균이 213달러(2020년 4분기 기준)에 그칩니다. 하지만 히포는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싼 주택보험만 취급하고 있어서 1건당 보험료 평균이 1200달러에 달합니다. 보험회사의 수익성은 손해율과 직결되는데요. 팬데믹이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에 크게 낮아졌던 손해율이 최근 다시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것이 보험회사 실적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셈이죠. 레모네이드의 분기별 손해율 추이 [자료=lemonade.com]레모네이드는 지난해 2분기 67%까지 떨어졌던 손해율이 3분기(72%), 4분기(73%)로 상승했구요. 하지만 80% 안팎에 달했던 위기 전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편입니다. 히포는 손해율이 2020년 연간으로 83%를 기록했습니다.묵직한 주택보험만 취급하는 히포, 반려동물보험까지 취급하는 레모네이드. 레모네이드에 이어 히포가 추가로 상장되면, 두 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됩니다. 주요 인슈어테크 기업의 미래 실적 전망 [자료=hippo.com] ※자이앤트레터는 매일경제가 미국 등 글로벌 자본시장의 최신 흐름을 짚어주는 연재물입니다. 자이앤트레터는 네이버 포스트에서 검색하시면 무료 구독이 가능합니다. 기자페이지를 통해서도 구독을 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구독을 하시면 놓치지 않고 읽으실 수 있습니다.[박용범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 '경제 1위' 매일경제, 네이버에서 구독하세요▶ 이 제품은 '이렇게 만들죠' 영상으로 만나요▶ 부동산의 모든것 '매부리TV'가 펼칩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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