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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사용하는 표준 시간인 ‘협정세계시’를 보여주는 지도. 보통 한 칸마다 1시간씩 시차가 난다. 칸 안에서 같은 색깔로 표시된 지역은 같은 시간대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위키피디아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갈 때 ‘시계를 다른 시간대로 맞춰야 하지만 일본에 갈 때만은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 대한민국이 쓰고 있는 국제표준시가 영국 그리니치 평균시인 협정세계시(UTC·Universal 은행별적금이자율 Time Coordinated)보다 9시간 빠른 ‘UTC+9:00’이며, 이 시간대를 쓰고 있는 나라와 지역 중 일본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의문이 여전히 흘러나옵니다.
일본과 같은 시간대를 쓰는 것은 일제 잔재가 아닌가, 친일이 아닌가.
예전에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한 선생님도 이렇게 목소리를 전세담보추가대출 높이곤 했습니다. 꼭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정리하자면 이 말이었습니다. 중국은 UTC+8:00을 쓰고 있고 일본은 UTC+9:00인데 그 사이에 있는 우리는 마땅히 UTC+8:30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 아직도 일본과 같은 UTC+9:00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는 ‘시간의 자주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대출 자, 그럼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표준시간대’라는 걸 사용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놀랍게도…
1908년 이전에는 공식적으로 ‘그런 거 없다’가 정답입니다. 1908년(융희 2년) 2월 7일 ‘칙령 제5호: 대한국 표준시에 관한 건’이 반포되고 이해 4월 1일부터 표준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기 때문입니다.(이창익 ‘시간의 연대기’)
국민은행 마이너스통장 연장하지만 ‘비공식적 표준시’까지 따지자면 1896년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는 1895년 을미개혁 때 처음으로 태양력을 채택했고, 1896년 양력 역서(曆書)를 발행했습니다. 여기서부터 관용적으로 사용되던 표준시는 동경 127도 30분을 표준 자오선으로 삼는, UTC+8:30이었습니다. 1908년의 ‘칙령 제5호’는 이것을 공식화한 일이 아주저축은행 었습니다. 그 이전엔 열차의 경우 일본중앙표준시(왜 ‘중앙’이란 말이 있는가 하면 일본은 한때 UTC+8:00 으로 중국과 시간대가 같은 ‘서부표준시’가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를 따랐기 때문에 조선 시간보다 30분 빨라 혼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조선 말과 대한제국 시기의 시간, 즉 ‘대한표준시’는 지금보다 30분 늦은 것이었습니다. 대한제국의 ‘정오’는 지금 기준으로 오후 12시 30분이었던 것입니다.
나라가 망한 뒤에 이 시간대가 그대로 유지됐을 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 이후에도 ‘대한표준시’는 1년 넘게 유지됐습니다. 시간대를 바꾸는 일이 그렇게 간단히 이뤄질 일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1912년 1월 1일부터 동경 135도를 표준자오선으로 하는 일본중앙표준시, 즉 UTC+9:00이 조선에서도 사용돼 1월 1일 오전 11시 30분이 정오인 12시로 ‘점프’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계를 가진 사람이 매우 적었던 당시엔 이 ‘30분의 상실’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해방이 되고 6·25 전쟁도 끝난 1954년 2월. 국립중앙관상대장 이원철이 ‘시간의 독립’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일본중앙표준시와 같은 한국표준시를 구 대한국 표준시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표준시가 일본 아카시(明石)를 통과하는 동경 135도를 표준자오선으로 삼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제는 함흥, 원산, 안변, 김화, 가평, 양평, 이천, 청주, 대전, 순천을 통과하는 대한제국 시기의 동경 127도 30분으로 표준자오선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1954년 3월 12일 국무회의는 이 같은 표준시 변경을 결정했습니다. UTC+9:00에서 다시 UTC+8:30으로 환원한 것이죠. 3월 17일 ‘대통령령 제876호: 표준자오선 변경에 관한 건’이 공포됐습니다. 춘분인 3월 21일 0시 30분을 0시로 돌림으로써 ‘표준시 복구’가 이뤄졌습니다.
이날 0시 30분(새 표준시로 0시) ‘일본에 강탈당한 30분의 시간을 되찾았다’는 의미에서 보신각종을 타종하고, 전국의 학교, 교회, 사찰의 종과 사이렌을 일제히 울렸다고 합니다. 당시 신문기사는 이제야말로 독자적인 한국표준시를 되찾았다는 의미에서 이 조치를 ‘표준시의 광복’ ‘시간 광복’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대로 갔더라면 모두가 행복해졌을까요?
5·16 직후인 1961년 8월 7일, 국가재건회의는 ‘법률 제676호: 표준자오선 변경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습니다. 1961년 8월 10일부터 대한민국 표준시를 다시 UTC+9:00로 환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계속 UTC+9:00이란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1954년 3월 21일부터 1961년 8월 9일까지의 시간은 지금보다 30분 느린 것이었습니다. 1960년 4·19 당일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오전 9시’는 사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오전 9시 30분’이 되는 것입니다. 1961년 5·16 당일 혁명공약이 방송됐다는 ‘오전 5시’는 지금 기준으론 ‘오전 5시 30분’이 되는 것이죠.
도대체 왜 시간대를 UTC+9:00로 환원했을까? 5·16 쿠데타의 주역들이 친일파라서? 실제로 여전히 이렇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이들의 명분은 이랬습니다. ‘그리니치 평균시와 세계 각국의 표준시는 정수(整數)의 시차를 두는 것이 관례지만 한국은 8.5시간이라는 반정수(半整數)의 시차를 둠으로써 항공, 항해, 기상 관측 등의 시간 환산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니까 UTC+8:30이란 시간대에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와 우리나라의 시차는, 인도나 이런 정도를 제외하면, ‘×시간’이 아니라 ‘×시간 30분’으로 어긋났던 것입니다. 인도나 이란을 여행해본 분이라면 이것이 생각보다 대단히 번거로운 시간차라는 걸 아실 것입니다. 항공, 항해, 기상 관측에도 혼동이 오는 것은 물론이지만, 결정적으로 군사 작전에서 문제가 생겨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UTC+9:00을 사용하는 북한이 정오인 12시에 남침을 개시했다고 가정하면, 서울 기준으론 오전 11시 30분이 됩니다. 또 주한미군 입장에서 보면 11시 30분인 반면, 한반도 출동을 앞둔 주일미군에겐 12시가 됩니다.
그렇게 한국의 UTC+9:00라는 시간대는 줄곧 변화가 없었습니다만,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에서 돌연 시간대를 바꾼 일이 일어났습니다. 2015년 8월 15일, 해방 70주년을 맞아 UTC+8:30으로 시간대를 바꿨던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청산 차원이라는 명분인데, 본인의 아버지와 조부는 그럼 70년이란 세월 동안 뭘 했다는 얘긴지? 하지만 북한 역시 2018년 5월 5일부터 슬그머니 UTC+9:00으로 돌아왔습니다. 왜? 아무래도 남한과 똑같은 이유, 불편해서였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걸 가지고 ‘북한의 친일파 세력이 득세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릴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UTC+9:00’라는 시간대의 주인은 과연 일본인가?
아닙니다. 현재 한국, 북한, 일본, 동티모르, 팔라우, 인도네시아 동부(뉴기니섬 서부), 러시아 야쿠츠크가 모두 같은 시간대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동티모르나 팔라우나 뉴기니섬 서부나 야쿠츠크를 갈 때 역시 시곗바늘을 돌릴 필요가 없는 겁니다. 다만 일본에 비해 갈 일이 별로 없을 뿐.
‘UTC+1:00’이란 시간대를 같이 쓰는 유럽의 국가들은 프랑스와 독일 말고도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몰타 등 서·중·남·북유럽의 숱한 나라들입니다. 그러나 이 시간대에 대해 ‘친불 잔재’ ‘친독 잔재’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듣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시간대의 주인’ 같은 건 있지도 않았습니다. ‘UTC+9:00’의 주인은 일본이 아닙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되도록 동쪽의 경도에 맞추는 것은 일광(日光)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간대의 서쪽에 위치할수록 해는 늦게 집니다. 이제 UTC+9:00을 당당한 ‘대한민국의 표준시간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이야 같이 쓰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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